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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첩약급여 시대! 60년을 앞서 간 일본의 현황은?②

(서울=뉴스1)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 2020-09-02 11:57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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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부터 시행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맞아 우리보다 앞서 한약재 보험을 시작한 일본의 보험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기고에서는 한약재(생약)에 보험을 적용한 경위와 역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이번에는 일본 내 한약재 보험 적용의 구체적인 방법과 일본 의사들의 활용 현황을 살펴보겠다.
일본에서 한약재 보험 적용은 제약회사에서 만든 한방엑기스제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방엑기스제는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적응증 부합 여부에 따라 보험 적용이 결정되지만, 첩약(탕전약)은 병명에 관계없이 사용될 해당 한약재의 보험약가 수재 여부에 따라 보험 적용을 결정한다. 이는 1963년 '의약품제조 및 수입승인지침 제2판'에 수록한 각 한약재를 배합해 하나의 한약처방으로 구성했을 때, 각 한약재 가격을 합산 청구할 수 있다는 일본 후생성 결정에 근거하고 있다. 1960년 첫 한약재 보험약가 수재 당시, 한약재마다 별도의 효능이 기재한 내용이 1965년 '한약재는 한방방제 조제에 사용한다'로 모든 한약재에 대한 내용이 일괄 변경됨으로써 그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따라서 '갈근탕'이라는 한약처방의 첩약(탕전약) 자체는 약가수재가 이뤄져 있지 않지만, 이 처방을 구성하는 약재인 갈근, 대추, 마황, 감초, 계피, 작약, 생강을 각기 합산 청구하면, 갈근탕 첩약을 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구체적 수가내역은 '약재별 1일 약가의 합(약가수재기준) + 조제료' 형식이 기본이며, 여기에 7일 이상 사용시 1일당 100엔 가산이 있고, 29일 이후에는 4000엔 정액으로 총 청구액이 제한된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한약재는 모두 보험약가 수재가 이뤄진 의료용 한약재이다. 소비자가 약국 등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일반용 한약재에는 이런 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방식의 장점은 병명에 관계없이 다양한 질환에, 처방의 판단하에 다양한 처방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보험약가 수재가 이뤄져 있는 의료용 한약재에서만 그 구성을 진행해야 한다. 약가수재가 이뤄지지 않은 약재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실제 일본 의사들은 한약재 보험 적용 제도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이 내용은 일본 한방의학계를 대표하는 일본동양의학회(정회원수 8041명, 2020년 3월 기준) 산하 생약원료위원회(Committee for Raw Materials of Crude Drugs)가 2019년 발표한 '의사의 탕액처방에 대한 인식 및 한약재 사용량 실태에 관한 조사(Kampo Med. 2019;70(4):399-408)' 내용을 인용해 살펴보겠다.
일본동양의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약재 사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한방치료에 첩약(탕전약)을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상자 25.8%(484/1877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대상자 중 29.4%(409/1,391명)는 '추후 첩약을 사용해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전체 대상자 중 47.6%가 첩약을 실제 진료에 사용 또는 사용하기를 희망했다. 현재 첩약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사들에게 보험 적용 여부를 물었더니, 87.6%(424/484명)가 '보험진료를 진행한다'고 답했으며, 9.1%는 '자유진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첩약 사용 이유를 자유기술하게 했더니 한방엑기스제로는 대처가 부족하다(34.7%), 만성·난치성 질환 적용(16%), 환자의 희망(10.5%), 원래, 기본적으로 첩약만 사용(7.9%), 난치병(4.8%), 중증(3.3%) 순으로 기술했다.

이 중 '한방엑기스제로는 대처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사용할 만한 엑기스제가 없는 경우' 또는 '엑기스제 효과가 약하거나 불충분', '약재가감 필요'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첩약 사용 상위 10개 질환'은 아토피피부염(28.2%), 암(22.3%), 난임(15.1%), 류마티스관절염(14.7%), 냉증(13.9%), 결합조직질환(11.3%), 갱년기장애(5.5%), 어지럼(5.0%), 기관지천식(4.6%), 만성신장병/신부전(4.6%) 순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난치성 질환이거나 만성질환에 해당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일본에서는 의사들이 병명 제한 없이 만성이나 난치성 질환처럼 그 치료가 간단치 않은 상황일수록 한약처방 자체의 효과 증강을 위해 엑기스제 대신 첩약을 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마비, 월경통에만 국한해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국내 현황과 꽤 큰 차이다. 추후 국내에서도 적용 질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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