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앱마켓 갑질 논란④]애플은 '독재자'?…에픽게임즈 소송에 쏠리는 눈

10년간 곪은 '인앱결제' 갈등 미국서 법정공방 비화
가처분 신청 '무승부'…최종 결과 국내 영향 주목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09-14 06:15 송고 | 2020-09-14 09:47 최종수정
편집자주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 모토인 구글과 '빅브라더'에 일격을 날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애플이 뭇매를 맞고 있다. 구글은 사악해졌고 애플은 또 다른 빅브라더가 됐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놨을 때만 해도 '모바일 월드'는 없던 세상이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앞세워 내놓은 앱마켓은 초기엔 '개발자들의 천국'이었다. 해외 이용자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해외에 갈 필요도 없었고 어렵게 각국마다 결제시스템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그저 본연의 개발 핵심에 집중하면 그만이었다. 수수료로 30%를 애플과 구글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개발자들의 '조력자'였다. 문제는 10년가량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세계 개발자들을 키운 앱마켓은 이제 생태계를 흔드는 '황소개구리'처럼 비대해졌다. 조력자가 ‘포식자’로 변해버린 지금, 전세계가 ‘플랫폼 독과점’ 논란으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2020이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달라."
국내 ICT 업계 논란의 중심에 선 '구글 앱 수수료 30% 확대 부과' 문제가 글로벌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애플을 상대로 한 법정 소송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1인칭 슈터(FPS)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유통사 에픽게임즈는 최근 1984년 독재자 IBM에 저항하겠다고 나선 애플이야말로 2020년 독재자라며 조롱하는 영상(위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과거 애플이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를 패러디하며 IBM을 빅브라더로 묘사,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아래 유튜브 영상)를 한 것을 재패러디한 것이다.



◇ 10년간 곪은 갈등 소송으로 비화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독재자라고 비난한 이유는 애플이 구글과 마찬가지로 앱스토어(구글의 경우 구글 플레이)에 입점한 모든 앱에 '앱스토어 인앱(In App) 결제', 즉 앱스토어의 결제 시스템을 거친 결제 방식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결제 금액 중 30% 수수료를 떼간다. 앱사가 별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퇴출한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신경전은 소송전으로 비화한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이 자신들의 이러한 정책에 반발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에픽게임즈를 각각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쫓아내자 에픽게임즈가 양사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셔먼법(반독점법) 위반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것.

애플의 앱 수수료를 둘러싼 애플-인터넷 기업 간 갈등은 애플이 2011년부터 모든 앱에 앱스토어 인앱 결제를 강제하면서 10년간 곪아온 문제다. 에픽게임즈의 '초강수'에 마이크로스포트(MS),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은 잇따라 지지 선언을 했다.

◇ 가처분신청 '무승부'…최종 판단 주목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도 이번 소송은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구글이 모든 앱에 '구글 플레이 인앱 결제' 방식을 강제할 것이란 방침이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 불만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소송 진행 추이에 따라 이제 막 칼을 빼든 우리나라 정부가 제재를 가하기 이전에 구글·애플의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일단 본안 판단 이전에 가처분 성격의 임시제한명령(TRO)에서 애플과 에픽게임즈 양쪽의 손을 반반씩 들어줬다. 법원은 애플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 앱을 계속 배제할 수 있다고 결정하는 동시에 에픽게임즈의 개발자 계정은 삭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들은 포트나이트의 다음 시즌 게임을 다운받을 수 없지만, 수많은 게임 개발사가 사용하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게임 그래픽 구현 소프트웨어 '언리얼 엔진' 기반 게임 개발과 업데이트는 차질 없이 이뤄지게 됐다.

가처분 신청에서 양사가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법원이 최종적으로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다만 법원이 판결문에선 "애플의 30% 수수료는 전문가들이 나중에 반경쟁적이라고 의견을 줄 것"이라고 적시한 부분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애플·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반발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대리하는 정종채 변호사(47·사법연수원 32기) "미국 법원이 에픽게임즈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애플의 수수료 정책이 과도하며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해외 소송·조사 정부 결정 영향 줄까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플의 반독점 소송 및 조사가 영향을 주고받을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미국 연방대밥원은 2011년 애플 고객들이 낸 "애플의 40% 수수료 정책은 독점적 지배력을 불공정하게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용자의 '소송할 권리'를 인정하면서 애플의 반독점 혐의 여부가 다시 하급법원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6월부터 애플에 대한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작년 스포티파이와 일본의 전자책 전문업체 '코보'가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를 통해 부과하는 수수료가 불합리하다며 EU 집행위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와 구글의 앱 수수료 관련 실태 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소송 결과를 그대로 따르진 않더라도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각국의 논리를 참조하는 식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