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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림태주, 넌 나의 가난을 아는가"…진중권 "이것이 풍류"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0-08-31 08:16 송고 | 2020-08-31 09:45 최종수정
'시무7조' 상소문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조은산씨에 대해 림태주 시인이 임금이 신하의 상소에 답하는 '하교' 형식의 글로 논박하자 조씨가 재반박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선시대 대학자들 사이의 논쟁을 보는 듯 하다며 격찬했다. 사진은 2016년 7월 27일 성주 유림단체 회원이 대통령에게 '사드배치 반대' 상소문을 당시 오도성 청와대 국민소통기획관에게 전달하는 모습. © News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진인(塵人)' 조은산씨와 림태주 시인의 논쟁에 대해 "이것이 풍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진 전 교수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은산씨와 림 시인이 이른바 '시무 7조'(時務)를 사이에 두고 장문을 글로 옳고 그름을 따진 일을 소개하면서 "싸움을 이렇게 하면 풍류가 있잖아"라며 "두 분, 수고하셨어요"라고 격찬했다.

그는 조씨와 림 시인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상대를 공격했지만 독설과 거친 표현없이 마치 한편의 시를 읊듯했다며 이것이 바로 '논객의 풍류다'며 무릎을 탁 쳤다.

◇ 진인 조은산의 1만 443자 '상소문 시무7조'…엄청난 반향

인천에 사는 39살의 평범한 가장이라는 조은산씨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민7조'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1만443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로 26일까지 비공개 처리 됐지만 알음알음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고 27일 청와대가 공개한 뒤 하루만에 30만명 이상이 공감을 나타내 청와대 답변 요건(30일 이내 20만명 이상 동의)을 가볍게 넘어섰다.

조은산씨는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의 '시무7조'를 통해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시무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펴 달라"고 읍소했다.

조씨는 ① 세금 경감 ②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정책을 펼칠 것 ③명분보다 실리의 외교 ④인간의 욕구 인정 ⑤사람을 가려 쓸 것 ⑥헌법 가치 수호 ⑦대통령이 먼저 변할 것을 요청했다.

명분보다 실리의 외교추구를 간청할 땐 영화 '남한산성'의 최명길을 보는 듯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글솜씨가 탁월해 작가, 기자 출신 등 여러 추측이 나돌았으나 조씨는 "저는 보잘것없는 밥벌레이자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39세 애아빠다"며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라고 했다.

림태주 시인 © News1

◇ 시인 림태주 "하교 시무7조 상소에 답한다…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혹세무민"

이에 림태주 시인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며 조씨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림태주 시인은 1994년 등단했지만 아직까지 시집을 내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 유려한 문장, 핵심을 찌르는 간략한 글로 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이른바 '페이스북 스타'다.

림 시인은 "내 너의 상소문을 읽었다. 충정이 엿보이더라"라면서 마치 임금이 신하의 상소문에 답하듯 조씨의 글에 대해 반박을 시작했다.

림씨는 "너의 시무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면서 "나는 바로 말하겠다.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 언뜻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며 조씨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글을 쓴 것이라고 꾸짖었다.

림 시인은 "세상에는 온작 조작된 풍문이 떠돈다"고 한 뒤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내가 나를 경계하듯이 너도 너를 삼가고 경계하며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씨의 말을 잘 들었으니 이쯤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충고였다.

진인 조은산씨가 림태주 시인의 반박글을 재논박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 갈무리) © 뉴스1

◇ 조은산 "너(림태주)는 나의 가난을 아는가…중학교 다닐 무렵 배달일 시작 공사판 전전" 반박

그러자 조씨는 지난 30일 "백성 1조에 답한다"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것으로 림 시인의 꾸짖음을 받아쳤다.

조씨는 "지난날 네가 남긴 글을 보니 나에게 던져진 독설은 독설이 아님에 고마웠다"며 림 시인 특유의 독설을 자신에게 하지 않았음에 우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조씨는 "나는 너의 글을 읽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와 논리를 배제하고 네 글에 담긴 유려함을 먼저 보았다"라며 림 시인의 문장력이 탁월함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조씨는 "너는 나의 글이 부실하고 삿되었으며 호도하며 혹세무민하고 졸렬하여 억지스럽고 작위에 휩쓸려 사실과 의견을 구분 못하였다 말했다"며 림씨의 지적을 되새김한 뒤 "너의 글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것은 흉하다"고 꼬집었다.

조씨는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뺏는 쪽이더냐 빼앗기는 쪽이더냐 임대인이더냐 아니면 임차인이더냐 다주택이더냐 아니면 일주택이더냐"라며 림 시인은 누구 편인지를 궁금해했다.

림 시인이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라고 한 부분과 관련해 조씨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조씨는 "스물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으며 중학교 다닐 무렵부터 배달일을 시작해 공사판을 전전하여 살아남았다"면서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으며,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그것이 네가 말하는 조은산의 진실이고 삶이었다"라고 했다.

◇ 조은산 "한참 연배가 낮은 제가 잠시 인과 예를 잊었다. 용서 바란다"

조씨는 글을 마친 뒤 "펜과 펜이 부딪쳐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 잠시 인과 예를 잊었고 건네는 말을 이어받음에 경어를 쓰지 못했다"며 림태주 시인에게 고개 숙였다.

더불어 "제가 한참 연배가 낮다"며 "진심으로 사죄드리니 용서해 주시라"고 청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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