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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누가 진짜 '이단'인가?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20-08-30 16:46 송고 | 2020-08-31 09:18 최종수정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교회 측 변호인단 강연재 변호사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조장하는 일종의 생화학 테러 집단"이라고 비판한 발언에 대한 전광훈 목사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본 교회는 낙인 찍혀 코로나 감염에 걸린 고통에 더해 인권 모욕과 말살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 교인, 광화문집회 참여 다수 국민들과 함께 힘 모아 문 대통령 개인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3월 환자가 대거 발생한 신천지 신도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단체 혈장공여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측 변호인단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지난 28일과 29일 각각 밝힌 말이다. 전자는 성세를 누리며 수 천명의 교인을 거느린 개신교 유력 교회의 입장이고, 후자는 개신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증거장막성전(신천지) 측에 감사를 표한 방역당국 메시지다.

지난 2월 대구에서 폭증한 코로나19 확산 진원에는 신천지 신도들이 있었다. 이들이 매개체가 돼 감염이 크게 번져 매우 큰 피해와 희생이 이어졌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신천지는 형사·민사 소송에 피소됐고, 그 수장은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신천지 신도들 중 감염에서 회복된 이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방역당국의 혈장공여 요청에 대거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혈장공여 의사를 밝힌 1400여 명 중 1100여 명이 신천지 신도라고 한다.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 27일에 이어 29일 두 차례에 걸쳐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신천지 신도들의 이같이 적극적 혈장공여 동참은 그간 제기된 방역방해 행위를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향후 민·형사 재판이 예정된 만큼 적극적인 혈장공여로 재판부 및 여론의 반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희석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특히 폐쇄적이고 끈끈한 유대로 묶인 신천지 교단의 특성을 감안하면, 혈장공여 의사자가 유독 많은 것은 교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침 등을 내리며 조직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특정한 목적이나 효과를 노렸을지언정 그들의 혈장공여 행위에 대해선 그 자체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혈장공여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그 의미가 적다 할 순 없다. 방역방해 혐의와 그간의 행위들은 분리해 평가·경계하고, 또 처벌하면 될 일이다.

반면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 태도는 점입가경이다. 감염확산 책임론에 음모론을 제기하고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막아서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방역당국, 언론, 공무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으름장도 놨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방역실패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전가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동선을 숨기고 의료진에게 침을 뱉고, 교인명단을 주지 않겠다고 막아선 사실은 새까맣게 잊은 듯 하다. 이들로부터 직·간접 영향을 받아 발현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지만 한 줄기 반성의 빛도 찾아볼 수 없다.

개신교 교단들은 뒤늦게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여부 판단에 착수한다고 한다.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한 도 넘은 정치 행위가 수년간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수도권 유행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겨우 논의가 시작됐다. 그간 수 차례 이단성 발언에도 꿈쩍 않던 교단들이 정치·사회적 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부랴부랴 논의에 착수하는 모양새다.

한편으로 개신교 내에서는 대면예배 지침을 두고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비대면예배 등을 차분히 지키는 교인이 대다수인 가운데, 일부 교단은 대면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생업이 위태로운 이들조차 자의반 타의반 따르는 행정지침이 '종교적 신념' 앞에서는 소 귀에 경 읽기다.

치료를 위해 혈장을 증여하는 소위 '이단' 신천지, 정부와 음모의 희생자라는 '예비 이단'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사랑하는 가족·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면예배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자칭 독실한 신자.

성경 한줄 읽어본 적 없는 무(無)종교인 기자에게는 누가 이단이요, 배교자인지 헛갈리기만 하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