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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 블루에 가운 벗은 의사, 예배 고집하는 목사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0-08-30 07:20 송고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0.8.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판사·검사에게는 없고 '의사'와 '목사'에게 따라붙는 이것은?

'선생님'이다. 그 세 글자에는 존경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 호칭에는 책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언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의사' 하면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의사(醫師)라는 한자어 자체도 스승 사(師)를 쓴다. 반면 판사(判事)와 검사(檢事)의 '사'는 일 사(事)다.

'의사 선생님'의 어원에 대해서는 일본어에서 기원했다는 설, 내 생명을 쥔 의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 과거 보통사람보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았던 의사를 존중하는 호칭이라는 설이 혼재한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생명과 신체, 때로는 정신을 의탁한다. 이런 의사와 환자 간 특수관계로 최악의 경우 피해자를 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저지르는 '그루밍 성범죄'가 드물게 발생하기도 한다.

'기자'가 '기레기', '대통령 각하'는 '이니'(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르는 애칭)가 될 만큼 주변 세상은 변화하는 동안 의사 선생님은, 계속해서 선생님으로 남아 있다.

최근 부산과 경기 의정부시에서 환자들이 의사를 제때 만나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들은 의사 파업으로 인해 가까운 병원에 가지 못하고 멀리 이송되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했다고 한다.

전공의·전임의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지난 3일간 집단휴진을 했다. 전공의들은 파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매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300명을 넘나들며 전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선생님'들의 이탈은 배신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선생님'의 '배신'은 종교계에서도 목격됐다. 교회의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는 목사(牧師)들의 일탈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8.15 광화문집회를 주도해 코로나19를 확산시켜 국민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허위 교인명단을 제출하며 방역을 방해하는 모습은 종교에 대한 실망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 목사에 대해 내사 중인 경찰은 8.15 집회를 앞두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신도들에게 검사를 받지 말라고 한 다른 목사도 입건했다.

범죄자들이 교회나 성당, 사찰로 숨어들어 가도 공권력이 종교시설에 발을 들이기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회를 압수수색하는 경찰이 지지받는 슬픈 시대를 우리는 맞이하게 됐다.

이들에게도 입장은 있다.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쪽잠을 잔다. 동네에서 개원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얻었던 과거 의사들과 달리 살인적인 임대료와 경쟁에 내몰리는 미래가 빤하다.

교회도 그렇다. 시대가 변하면서 믿음을 가진 교인 수는 줄어드는데 교회 수는 계속 늘고 있다. 교회의 재정이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대면예배를 고집할 수밖에 없고 강렬한 언행으로 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과 정신을 이끌어줄 선생님들을 잃고 더 큰 혼란으로 빠지고 있다. 국민들이 단결해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