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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마켓 갑질 논란③]'디지털 콘텐츠 왕국' 넷플릭스는 왜 예외일까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09-14 06:15 송고 | 2020-09-14 09:58 최종수정
편집자주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 모토인 구글과 '빅브라더'에 일격을 날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애플이 뭇매를 맞고 있다. 구글은 사악해졌고 애플은 또 다른 빅브라더가 됐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놨을 때만 해도 '모바일 월드'는 없던 세상이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앞세워 내놓은 앱마켓은 초기엔 '개발자들의 천국'이었다. 해외 이용자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해외에 갈 필요도 없었고 어렵게 각국마다 결제시스템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그저 본연의 개발 핵심에 집중하면 그만이었다. 수수료로 30%를 애플과 구글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개발자들의 '조력자'였다. 문제는 10년가량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세계 개발자들을 키운 앱마켓은 이제 생태계를 흔드는 '황소개구리'처럼 비대해졌다. 조력자가 ‘포식자’로 변해버린 지금, 전세계가 ‘플랫폼 독과점’ 논란으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구글이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도 자체 결제 시스템(구글 플레이 인앱결제)을 강제해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침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다.

그런데 전세계를 장악한 '디지털 콘텐츠 왕국'인 넷플릭스는 왜 무풍지대일까.

◇넷플릭스는 외부결제 가능…'홈페이지'에서 결제해 수수료 없어

넷플릭스의 국내 구독 가격은 베이직 9500원, 스탠더드 1만2000원, 프리미엄 1만4500원이다. 이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모두 동일하다. 

이유는 넷플릭스가 구글이나 애플에게 30%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외부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놨기 때문이다. 

반면 멜론이나 웨이브, 네이버 웹툰과 같은 타 디지털 콘텐츠는 애플 앱스토어 이용 가격이 2000원~5000원가량 비싸다. 애플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그 수수료로 30%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코리아는 "넷플릭스 유료결제는 앱 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넷플릭스 웹 페이지에서 모두 결제가 이뤄진다"면서 "구글이나 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기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넷플릭스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이용할 경우 '신규 회원가입'은 되지 않고 기존 가입자에 한해 '로그인'만 된다. 회원가입은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별도로 해야한다. 

구글 플레이에서는 앱스토어와 달리 넷플릭스 앱 내에서 신규 회원가입은 물론 결제정보(신용카드 정보 등) 등록까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결제를 실행하려 하면 이 역시 '넷플릭스 홈페이지(웹페이지)'로 연결되면서 홈페이지에서 결제가 된다. 

애플 앱스토어 내 넷플릭스 아이패드용 앱에서 구독서비스 가격 안내화면. 안드로이드와 동일한 가격임을 확인할 수 있다. © 뉴스1
애플 앱스토어 내 넷플릭스 아이패드용 앱에서 구독서비스 가격 안내화면. 안드로이드와 동일한 가격임을 확인할 수 있다. © 뉴스1


넷플릭스 아이폰용 로그인 화면. 앱 내에서는 아예 회원가입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 뉴스1
넷플릭스 아이폰용 로그인 화면. 앱 내에서는 아예 회원가입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 뉴스1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일…힘없는 업체가 했다간 바로 '찍힌다' 


일각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이슈는 인앱결제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수수료를 떼먹고 내지 않아 생긴 문제"라면서 "넷플릭스처럼 아예 외부결제 플랫폼을 자체 구축해 이용한다면 구글이나 애플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 것이지, 넷플릭스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도록 넷플릭스와 같은 '외부결제' 방식을 시도하거나 수수료가 낮은 타 앱마켓으로 옮겨가려는 사업자에 대해 각종 수단을 동원해 '보복'을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지난 2016년 옥수수(oksusu), 티빙(tving), 푹(pooq) 등 국내 OTT 업체들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구글과 동일한 구독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결제'로 우회하는 방안을 이용자들에게 안내했다.

이후 이 OTT 업체들은 정기 업데이트나 수시 업데이트에서 줄줄이 승인을 거부당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서비스 특성상 성인 콘텐츠는 당연히 포함되는 것인데, 당시 애플은 이같은 성인 콘텐츠 제공을 이유로 앱을 수정하라고 하면서 승인을 거부했다"면서 "그렇게 치면 넷플릭스는 더 심한 수위의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데, 결국 이는 인앱결제를 우회하려 한 국내 OTT앱에 애플이 보복을 한 것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 업체는 애플 앱스토어에 30%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해 콘텐츠 서비스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도 지난 2018년 구글플레이가 아닌 국내 토종앱스토어 '원스토어' 등에 선출시한 게임 앱은 구글 피드(신작이나 인기게임을 소개하는 구글 플레이의 서비스)에서 제외하거나 노출 빈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등 지배적위치를 남용하는 '갑질'이 보고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취재와 관련해 익명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아무리 기사에 '업계 관계자'라고 익명 보도를 해도 구글이나 애플은 누가 얘기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면서 "우리는 해외 진출, 글로벌 앱마켓 확대를 위해 구글이나 애플에 절대 밉보이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몸을 사렸다. 

이에 대해 문성배 국민대 교수는 최근 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거대 기업의 지배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안드로이드 폰만 본다면 구글 플레이는 점유율이 85%로 지배적"이라며 "경쟁이 활성화된 시장에 비교해서 이런 경우 (구글과 같은) 기업이 높은 가격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거래가 감소하면 결국 이용자의 편익이 감소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독점력은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산업 전반에 혁신을 저해하는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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