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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성교육 교재 노골적 표현 문제?…"부모시선이 불편한 것"

아이를 '무성적' 존재로 규정하고 성을 부정적으로 봐선 안돼
동성애 존중하지만 조장 미화 안 된다?…"이만한 차별도 없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문동주 기자 | 2020-08-29 07:00 송고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제시한 나다움 어린이책 중 일부(국회방송 내용 중 갈무리)© 뉴스1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서적이 논란이다. 책들 중 일부가 성관계를 '즐겁고 재밌는 것'으로 표현하고 동성애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그려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5일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가 진행한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 사업'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 사업을 통해 초등학교에 보급된 책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고 있어 학생들의 '조기 성애화'가 우려된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의 주장처럼 이 책들이 어린이들에게 해로운 책일까? 성교육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성문화 연구소 '라라스쿨의 노하연 대표는 "청소년이나 아동에게 계속해서 '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강요·강조하는 어른들의 욕구가 들어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을 계속해서 부정적이고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노 대표는 해당 도서들이 어린이들이 보기에 '음란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음란물, 성적 표현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아이들이) 이것을 보고 야하다고 느낄 일은 없다"라며 "오히려 이걸 보여주는 부모님이 불편해서 이렇게 문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 대표는 "'신나고 멋진 일이야' '재밌어' '하고 싶어지거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건 그냥 솔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책 자체는 너무 구성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교육 전문가인 노미경 강사도 논란이 된 책의 내용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한국의 성교육이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강사는 "어렸을 때부터 흔히 성에 대해 궁금해하고 호기심도 있지만 부모들이 제대로 교육을 안 받다 보니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 자체도 모르고 있다"라며 "아이들이 그 나이에 자연스럽게 갖는 호기심이기 때문에 그건 정확하게 표현을 해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노 강사는 독일, 스웨덴 등 해외의 경우 더 직접적으로 성을 표현하고 있다며 이번에 논란이 된 책들은 "전혀 부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병욱 의원이 해당 책들이 '동성애를 미화·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화·조장'이라는 단어 자체에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차별적 시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를) 존중하고 차별받지 않아야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는 김병욱 의원 본인에게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라며 "동성애 미화 조장을 운운하기 전에 존중의 의미부터 다시 배우라"고 힐책했다.

박한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은 "책의 내용은 다양한 동성애자, 이성애자 부부 형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다양성의 하나로서 초등학생들이 배우면서 자라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그것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하니 지워버려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동들에게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만큼의 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 사업은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이 아닌 '나다움'을 배우게 하자는 취기로 기획됐다. 여성가족부가 제안해 어린이재단이 사업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어린이재단이 관련 사업에서 몸을 빼기로 하면서 사업은 전격 중단됐다.

어린이재단은 "재단은 이번 책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사업 공동진행기관으로 도서 내용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이 확인됐다"라며 "그래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