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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긴장하는 한국…위기일까 기회일까

9월23일 예정…100만마일 배터리 등 공개 예상
강력한 경쟁자 vs 시장 파이 키울 것…의견 분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0-08-26 06:20 송고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숨죽이며 주목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장 위협이 되긴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26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한국시간으로 다음 달 23일 오전 6시30분 주주총회를 개최한 직후 '배터리 데이'를 열고 자사의 배터리 관련 기술력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날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개발 계획이 모습을 드러날 것으로 본다. 특히 전체 수명이 지금보다 5~10배 긴 '100만마일 배터리'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효율성이 월등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가의 니켈·코발트가 들어가지 않아 기존 배터리보다 낮은 가격의 배터리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배터리 데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기대감과 액면분할 결정 등의 영향으로 테슬라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지난 20일 주당 2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Electric Vehicle) 트렌드 코리아 2019(친환경 자동차 엑스포)에서 참석자들이 LG화학 배터리팩을 보고 있다. 2019.5.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Electric Vehicle) 트렌드 코리아 2019(친환경 자동차 엑스포)에서 참석자들이 LG화학 배터리팩을 보고 있다. 2019.5.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테슬라의 배터리 개발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 대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한국 2차전지 기업 주가에는 이로 인한 영향이 전혀 반영돼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의 영향으로 다음 날인 14일 국내 증시에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5%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처럼 테슬라가 발표하는 배터리 기술이 혁신적일 경우 현재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수위를 유지하는 국내 업체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 당장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의 경우 납품 수량이 줄어들 수 있다. 유력한 배터리 공급 업체가 하나 더 생기는 만큼, 경쟁이 심화돼 배터리 시장의 마진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 성공한다면 국내 업체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지난 6월 상하이·베를린의 기가팩토리에 공급하기 위해 예상보다 대규모의 코발트 구매 계약을 맺었다"며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의지가 강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다만 아직 테슬라가 배터리를 양산한 경험이 전무하고, 양산하더라도 기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만한 원가와 품질을 당장 확보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받을 악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는 복잡한 화학 기술·특허가 누적돼 만들어지기에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 있다"며 "지금까지 배터리를 만들지 못했던 테슬라가 당장 기존 업체를 따돌릴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테슬라가 유의미한 계획을 내놔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를 전량 내재화하더라도 이를 제외한 상당수의 전기차 배터리는 그 외 업체들이 공급할 것이고, 테슬라의 기술 계획에 맞춰 전체 배터리 산업의 기술 개발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테슬라의 기술 개발로 시장성이 있는 전기차 모델의 출시가 빨라지며 전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와 국내 배터리 업체의 주가 흐름이 차별화 양상을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에 기반해 동반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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