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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첩약급여 시대! 60년을 앞서 간 일본의 현황은?①

타케미 타로의 혜안으로 60년 전 한약재(생약) 보험 적용

(서울=뉴스1)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 2020-08-25 08:00 송고 | 2020-09-02 11:57 최종수정
© News1 음상준 기자
© News1 음상준 기자

2020년 10월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으로,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환자가 첩약치료를 받을 때 급여 적용이 시작된다. 아직 이 사업에 관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유사한 사례가 국내에는 없다 보니 당연히 다양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보다 약 60년 앞서 한약재 보험을 시작한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1961년부터 한약재 보험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본의 보험 적용 경위와 역사를 참조한다면 첩약 급여화 사업에 관한 보다 발전적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1900년대 일본에서는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혁명에 따라 노동재해가 증가했다. 당시 독일의 제도를 차용하여 질병보험이 제창되었고, 1927년부터 부분적으로 보험 적용이 시작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때 이미 한방약 보험진료를 진행한 임상의가 있었다는 자료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재 같은 전국민 보험의 형태로 한약재에 보험이 적용된 것은 1961년부터이다. 1959년 국민건강보험법이 공포되었고, 1961년부터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시작되었는데, 그 시행 1년 전인 1960년,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본 약국방에 한방처방을 구성하는 한약재(생약)의 보험약가 수재가 이루어졌다. 이를 토대로 일본의 국민건강보험은 그 시작부터 쭉 동서양의학을 함께 보장했다. 이는 서양의학과 한방의학 양쪽을 함께 의료제도에 반영하려 했던 당시 행정당국의 의사가 녹아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후, 개별 한약재를 조합하여 하나의 처방으로 구성해가는 진료행위에 관한 보험급여를 보장할 수 있는 근거가 확충되었다. 1963년 '의약품제조 및 수입승인지침 제2판'에 각 한약재를 배합하여 하나의 처방으로 구성했을 때, 각 한약재의 가격을 합산 청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추가되었다.

이를테면 약가가 기재된 한약재 계지, 작약, 생강, 감초, 대추를 조합하여 '계지탕'을 처방할 경우, 이 각 한약재의 가격을 합산하여 청구할 근거가 갖추어진 것이다. 1965년에는 재차 개정을 통해 '한약재는 한방방제 조제에 사용한다'는 문구가 추가되었고, 이를 통해 드디어 개별 한약재 조합으로 처방을 만들고, 보험을 청구하는 행위에 대한 충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당시 총 43종의 한약재가 수재되었는데,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 현재 약 320여종 이상이 수재되어 있다.
이러한 한약재에 관한 건강보험 적용을 기반으로, 일본 내 한방약 활용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8년 일본 전역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5%의 의사들이 현재 한방약을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지속적인 유효성과 안전성 모니터링이 이루어져 한약재의 과학적 활용에 관한 기반자료가 제공되고 있다.

신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한약재 보험적용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1960년 당시 일본의사회장이었던 타케미 타로(1904~1983년)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한의사 같이 전통의학에서 유래한 의료체계를 담당하는 별도의 의료면허제도가 없이 단일 의사면허제도를 가지고 있다. 타케미 타로는 생존 당시 "의료계 덴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의 막강한 실력자였는데, 1957년부터 연속 13회 일본의사회장에 당선되었으며, 1975년에는 세계의사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당시 의료계 최고 권위 리더의 의지가 개별 한약재 보험 적용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도 근거의 미비를 우려하며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타케미 타로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2,000년 이상 활용되어 온 한약재에 관한 경험적 약효와 안전성을 강조했고, 그 의견이 제도에 반영되었다.

그는 늘 서양의학과 한방의학의 융합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그의 생각이 일본 내 한방약 관련 의료, 산업, 연구의 미래를 바꾼 것이다. 특정 분야의 성장에 관련 분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논문(1971년 일본의사회 잡지 의학의 이상으로) 중 일부를 소개하며 이번 기고를 마무리 하겠다.

"의학의 이상은 어디에 있을까? 

이상 논한 것처럼 인도, 중국, 유럽의 의학은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추구해왔지만, 의학의 이상은 그 방법 자체 보다 위에 위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글은 뉴스1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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