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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한중 시진핑 조속 방한 합의, 미국 반응은?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0-08-23 09:16 송고 | 2020-08-23 10:00 최종수정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8.22/뉴스1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8.22/뉴스1

중국의 외교 사령탑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일~22일 한국을 방문,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국의 코로나19가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는데 합의했다.

당초 국제 외교가는 시 주석의 코로나19 이후 첫 방문지가 일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같은 예상을 뒤엎고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외교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승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미국의 심정은 착잡할 것이다.

최근 중일 관계는 훈풍이 불었었다. 중국은 미중이 사실상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중국의 편으로 끌어들여 미일 동맹의 균열을 유도하려 했다. 중일 양국은 지난해 8월 외교차관급 전략대화를 7년 만에 재개했고, 중국은 넉 달 뒤 일본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선물도 안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하지만 미국이 대중 파상공세에 나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일본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홍콩보안법 등 첨예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의 편에 서며 미일동맹 강화를 외쳤다.

이에 비해 한국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미국의 화웨이 공격에도 한국의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계속 쓰고 있고, 미국의 틱톡 공격에도 가담하지 않고 있으며, 홍콩 보안법에도 반대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또 코로나 중국 책임론에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양제츠 국무위원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조속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의 유력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중립을 지켰기 때문에 양제츠 국무위원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으며, 시 주석의 조속 방한에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공세에도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중립을 지켜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한일 외교전에서 한국이 승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심정은 어떨까?

아직까지 미국언론은 한중이 시 주석의 방한에 합의했다는 기사만 보도했을 뿐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내심 한국이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인 한국이 미중 대결에서 미국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 서운할 터이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으면서 미국의 편에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미중이 대결할 경우, 일방적으로 어느 한편에 서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국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렇게 하는 나라가 있다.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친하다. 인구의 65%가 화교인 싱가포르는 태생적으로 중국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동맹은 아니지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왔다. 특히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군 주둔을 허락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미군의 필리핀 철수 이후 미군의 인도양 지원을 위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 제7함대를 포함한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항구를 내주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세션1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2019.11.26/뉴스1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세션1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2019.11.26/뉴스1

그렇지만 싱가포르는 미국에게 할 말은 한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 6월 미중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자 "아시아 국가들은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미국에 중국과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싱가포르는 균형외교를 추구하며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국익’만 있을 뿐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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