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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소·부·장 스타트업 날다

미래 유망 신산업 이끌 새싹 기업을 찾아서 ① 소부장 편

(경기=뉴스1) 최대호 기자 | 2020-08-18 07:00 송고 | 2020-08-18 13:15 최종수정
편집자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와 경쟁이 뜨겁다. 추상적으로 논의되던 4차산업혁명은 ICT와 빅데이터, AI 산업 등으로 구체화되며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비대면 서비스 및 기술과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등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만들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인 판교를 중심으로 미래 신산업의 시너지 지도를 그릴 유망 스타트업을 만나봤다.
판교 테크노밸리.© 뉴스1
판교 테크노밸리.© 뉴스1

위기는 오히려 기회를 불렀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위기를 맞게 된 한국은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소부장 핵심 전략기술 등 차세대 선도 기술개발에 대한 R&D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반도체 소부장에 대한 국산화 움직임을 가속화 하는 등 관련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었다. 기업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시간·공간·물질적 여유를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역경을 딛고 수출규제 3대 품목에 대한 국산화에 성공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차세대 이끌 소부장 기업 '이랑텍' '씨앤씨머티리얼즈' 주목
2017년 창업 첫해 27억원 매출에서 올해 기대 매출 103억원, 내년 예상 매출액 300억원.

바로 5세대 이동통신(5G) 부품소재 전문기업 이랑텍(대표 이재복)이 일군 경영 성과다.

이랑텍은 국내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 장비인 기지국과 중계기의 핵심부품을 개발·판매하는 회사다.

이랑텍의 상호간섭 제거 필터. © 뉴스1
이랑텍의 상호간섭 제거 필터. © 뉴스1

'상호간섭제거 필터'(High PIMD Solution Multiplexer)와 '5G용 무선주파수'(RF·Radio Frequency) 필터 등이 그것.

상호간섭제거 필터는 특정 주파수를 필터링하거나 모아줘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고품질 통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물에 포함된 해로운 성분을 걸러내고, 이온 성분을 통과시키는 정수기의 필터처럼 일종의 '전파 필터'로 보면된다. 통신사업자, 소비자, 건축주 모두에게 유익한 핵심 기술이다.

이랑텍은 국내외 통신부품 시장에 새 신화를 쓰고 있다.

수년전 4세대 이동통신망(LTE)이 국내에 자리 잡은 뒤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쇠퇴했던 통신부품 산업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었다.

4명의 창업 멤버로 출발한 이랑텍은 단기간 비약적 성장을 이뤘고, 현재 31명의 임직원이 한뜻이 돼 명실상부한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을 현실화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RF필터를 국산화하고 핵심 전략품목인 '5G 스마트 필터'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일본에 역수출(70억원 규모)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내년에는 150억원 규모 일본 수출은 물론 미국, 영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 300억원 규모 수출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100억원 규모 수출상담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스타트업 기업은 이랑텍 외에도 무수히 많다. 세계 유일 나노 코팅 기술을 보유한 씨앤씨머티리얼즈(대표 최재영)도 그중 하나다.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인 최재영 대표가 포항공대 동문인 최성웅 대표와 함께 2017년 만든 벤처기업이다.

2017년 6월 창업 첫 해 41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7억5000만원으로 19배가량 급증했고, 내년에는 20억원 규모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씨앤씨머티리얼즈의 다이아몬드 파우더와 니켈코팅 다이아몬드. © 뉴스1
씨앤씨머티리얼즈의 다이아몬드 파우더와 니켈코팅 다이아몬드. © 뉴스1

씨앤씨머티리얼즈는 전자파 차폐소재(금속코팅 폴리머 분말), 반도체 웨이퍼 가공 소재(팔라듐프리 니켈코팅)를 만들고 있다.

팔라듐 없이 다이아몬드 표면에 니켈을 코팅하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 씨앤씨머티리얼즈가 유일하다. 다이아몬드에 니켈을 코팅하려면 팔라듐 전처리가 필수였지만 전구체 안정화 기술을 통해 니켈을 안정된 상태로 만들어 바로 코팅하는 방식이다.

금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 팔라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 단가를 90%가량 낮출 수 있다. 니켈코팅 소재는 이화다이아몬드 등 국내외 반도체 웨이퍼 절단용 공구 제작회사에 납품된다.

금속코팅 폴리머 분말은 씨앤씨머티리얼즈의 가장 큰 매출 품목이 됐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전자파 차단용 필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재다.

국내 반도체 관련 주요 기업들은 이 같은 소재를 확보하는 데 있어 주로 일본에 의존해왔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빚어지면서 씨앤씨머티리얼즈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소재 공급 요청을 받아 양산을 시작한 소재도 있다. 독일의 필름회사에서도 씨앤씨머티리얼즈의 전도성 입자를 사용 중이다.

씨앤씨머티리얼즈는 이 같은 소재개발 노력에 힘입어 올해 코로나19로 투자업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2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 경기 안산시에 생산설비를 확장했다.

◇미래 먹거리 만들 스타트업 '에스앤즈' '프레임웍스' 기대

에스앤즈(대표 고동범)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다.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원격제어 및 탐지 기능을 가진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용 IC)를 설계한다.

2017년 6월 한 고객사로부터 반도체 개발 의뢰를 받아 창업했다.

전광판이나 ATM 기기, 원격 화상 시스템, 등 원격으로 조정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가 주요 고객사다.

산업 사물인터넷(IIOT)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원격장애복구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부른 비대면 문화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에스앤즈의 반도체 시제품(우측하단). © 뉴스1
에스앤즈의 반도체 시제품(우측하단). © 뉴스1

에스앤즈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올해 초 시제품을 완성했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한다. 개발비는 10억원 정도 소요됐다.

삼성이나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전문 제조 기업(파운드리·Foundry)에 주문을 의뢰해 생산한다.

고동범 대표는 "반도체 시장을 100으로 보면 메모리 분야는 20~30에 불과하지만 시스템IC 분야는 70%에 이른다"며 "응용 분야가 매우 많다.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프레임웍스(대표 문수홍)는 디스플레이 패널 가공기를 생산하는 신생 기업이다.

스마트폰 등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패널 및 커버글라스를 지정한 형상에 맞도록 연마 가공해 연속생산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장비(In-Line CNC·컴퓨터 수치 제어 가공기)다.

프레임웍스는 올 3월 창업했다. 디스플레이 기업이나 글라스(GLASS) 소재 가공 회사 등 스마트폰·텔레비전 관련 세트 메이커가 고객사다.

전 세계에서 한 해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약 15억대다. 이중 중국에서 12~13억대를 생산한다. 그런데 중국은 한 사람이 한 개의 기계 앞에 서서 글라스를 깎아 내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글라스를 만든다.

프레임웍스는 이를 양산화하는 가공기를 만들고 있다. 네트워크로 여러 대의 기계를 연동시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장비다.

문수홍 대표는 "삼성의 폴더블폰 탄생이 주요 창업계기가 됐다.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글라스를 연속 생산할 수 있는 가공기를 만들어보자는 포부가 있었다"고 창업 배경을 전했다.

이어 "올 10월 초순쯤 하드웨어 제작이 완료된다. 연동시킬 소프트웨어 개발도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시험 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제품 수주를 받아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패키지 주관기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뉴스1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패키지 주관기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뉴스1

한편 이랑텍과 씨앤씨머티리얼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된 회사다.

이 사업 수탁기관인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글로벌 성장과 매출 증진을 위한 맞춤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타 기관과의 공동사업화, 헤외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매칭 등 전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올해 지원 중인 창업기업은 모두 38개사다.

에스앤즈와 프레임웍스는 창업진흥원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관리하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허브 창업존에 입주해 있다. 창업존에는 139개 스타트업이 모여 신산업 분야 유망기업으로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일본 수출규제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시장 선도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필수 관리품목을 기존 100개에서 338개 플러스 알파로 확장하고, 2022년까지 차세대 전략기술에 5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부장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에 이어 으뜸기업을 새롭게 선정하는 등 성장 사다리를 이어갈 방침도 밝혔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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