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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이정재 "'다만 악', '신세계'와 차별점? 역시 액션이죠"(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08-17 07:30 송고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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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이정재는 스타일리시한 악역 레이 역할을 맡아 변신에 성공했다. 파괴와 살인 그 자체를 즐기는 악당 레이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또 다른 주인공 인남(황정민 분)을 코너로 몰아세우며 영화의 서스펜스를 전담했다.

"제가 연기한 레이라는 캐릭터는 시나리오 상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전사, '어떻다' 하는 얘기나 왜 이렇게 집요하게 쫓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 레이가 등장할 때부터 하는 행동이나 모든 것이 그냥 외모만 봐도 믿음을 강력하게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태국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납치사건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된 암살자 인남(황정민 분)이 태국으로 향하는 사이 그가 자신의 형제를 암살한 것을 알게 된 레이(이정재 분)가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다.

이정재에 따르면 레이의 첫 등장신은 시나리오상에 현재 상영본과는 다른 장면이 하나 있었다. 클럽에서의 등장신이었다. 하지만 장례식에서의 등장 장면을 먼저 찍으면서 '장례식 장면을 첫 장면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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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에서 신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한 신을 없앤다는 게 청천벽력처럼 들려서 절대 안 된다, 죽어도 찍어야 된다고 했었는데 스태프들에게 설득 당했어요.(웃음) 어쨌든 촬영이 막바지로 가면서 제가 설득을 당했어요. 그런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인물의 눈으로 보여지는 외형적인 것에서 관객분들 각자가 스스로 '저 인간은 이럴거야' '이랬던 인물일 것이야' 하는 상상을 할 수 있게 이미지적으로 강력하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었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하드보일드 액션을 표방한다. 그만큼 액션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었고, 황정민과 이정재 모두 액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부담을 안고 있었던 이정재는 촬영 초반 태국에서 액션신을 찍다가 왼쪽 어깨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사실 시나리오 상에서는 육탄전은 거의 없었어요. 거의 총기 액션이 많았어서 총기 액션은 합이 중요하지 않고 커트를 어느 방향에서 받아서 누가 쏘고 누가 총을 맞느냐를 연출적으로 보여줄 부분이죠. 태국에 촬영을 가자마자 악당 몇명을 제압하고 피를 칠하고 나오는 신을 찍었어야 했어요. 현장에서 합을 맞춰보는데 합이 너무 많았어요. 4~5일을 연습하고 2~3일간 촬영을 잘 끝냈어요. 그런데 그 다음 액션신을 찍을 때 왼쪽 어깨가 파열됐어요. MRI를 찍으니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정재는 수술을 하지 않고 영화 촬영을 강행했다. 이미 오른쪽 어깨는 영화 '빅매치' 촬영 당시 파열이 돼 영화 촬영 후 수술을 진행했었기에, 결국 양쪽 어깨가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머지 액션신들을 소화하게 됐다.

꼼꼼한 이정재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레이의 의상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다른 영화 속 악당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심했고, 개인 스타일리스트까지 영화 의상 팀에 합류해 지금의 영화 속 레이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킬러가 저렇게 화려해도 돼?' 하는 의견이 많았어요.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차별화가 되지 않고, 차별화가 안 되다보니 거기서 거기 같은 비슷한 느낌밖에 안 보였죠.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마지막 순간에 오게 됐고 '리스크'가 있지만 독창적이고 좀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게 재미적인 면에서 좋겠다는 얘기가 됐죠."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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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는 이정재와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 때문에 '신세계'와 함께 자주 거론됐다. 하지만 이정재는 '신세계'에 이어 또 한 번 황정민과의 콤비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신세계'의 차별점은 조금 더 상상력이 많이 가미됐고 조금 더 화려하다는 점입니다. '신세계'는 갱스터 영화지만 액션이 많지 않아요. 그런 분위기가 있을 뿐이죠. 액션 장면은 정청이 반대파와 강렬하게 싸울 때 한 번 정도 나오는 게 아마 다인데, 그게 인상에 남으신 게 아닌가 싶어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첫 신부터 인남이 누군가를 처단하는 장면으로 마지막까지 화려한 액션신이 다양한 액션의 형태로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서 역시 차별점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또 다른 주연 박정민의 파격 변신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중 인남의 조력자 유이 역을 맡은 박정민은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사바하'에서 박정민과 한 차례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정재는 처음 홍원찬 감독이 유이를 연기할 배우로 박정민을 거론했을 때 캐스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실 유이라는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지가 제일 궁금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고 1차 미팅을 감독님과 할 때 유이 캐스팅을 물었는데 갑자기 박정민이라는 거예요. '이 아저씨 꿈도 야무지네' 했어요. 박정민씨는 이미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를 찍고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을 하고 있는 분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오피스' 친분이 있었어도 이거 너무 무리한 생각이 아닌가 했는데, 그날 집에서 '과연 내게 이 역할이 왔다면' 하고 생각해보니 '어? 나 같으면 할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박정민씨가 딱 하겠다고 얘기했더군요.(웃음)

이정재는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악역도 선역도 자신만의 색깔로 해낼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이 그의 장점이다. 그리고 그는 배우의 담을 넘어 이제는 연출의 영역까지 넘보는 중이다.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것. '헌트'의 주연 배우로는 이정재의 오랜 절친 정우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 이후 정우성과 함께 할 작품을 오랫동안 물색한 결과 이 작품에 이르렀다고 했다.

"정우성씨에게는 4년간 제안을 했는데 내내 퇴짜를 맞았어요. 아직도 100% 결정난 사실은 아니고 고민을 계속 하고 있죠. 그분은 항상 신중해요. 매사가.(웃음) 작품을 선택할 때는 아무래도 본인의 직업이 배우니까 훨씬 더 신중하죠. 이번 영화는 우리 회사가 제작까지 하는 작품이라 본인의 참여가 더 고민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절친 정우성과 극장에서 맞붙는 기분은 어떨까? 이정재는 자신의 영화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은 두렵지만, 정우성의 영화에 대한 반응은 보게 된다며 복합적인 감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것은 부끄럽고 떨려서 잘 확인하지 못하지만, 친구의 것은 편하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강철비2: 정상회담' 두 영화 모두 개봉 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오랜 두 친구가 각자의 주연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축된 극장가에 함께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저는 저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게 두려워요. 일을 이렇게 했는데 불구하고 말이죠.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어떻게 쓰셨나는 보게 돼요. 개봉이 끝날 때쯤.  하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은 보게 되더라고요. 친구는 어떻게 되나, 하는 걸 막 보고 있고.(웃음) 관객들이 '강철비2'에 별점을 몇개 주셨나 보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자기 것이나 잘하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친구 거라서 남다르게 보여요. 잘 된 거죠?"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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