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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사진] 구호품 안고 오열…북한식 '수해 정치'의 풍경

'국무위원장 예비양곡' 싣고 온 트럭 잡고 환호·눈물 흘리기도
"알 것 다 아는 인민"이라면서도 과거 방식의 선전·선동 계속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20-08-14 07:00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수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이 자신 명의의 예비양곡과 필수 물자를 보내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지원 물자를 받고 기뻐하는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수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이 자신 명의의 예비양곡과 필수 물자를 보내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지원 물자를 받고 기뻐하는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보여 주기식' 수해 정치는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긴 장마에 큰 피해를 입은 북한에서도 소위 '윗사람들'의 수해 현장 방문 등 민심 돌보기 행보를 부각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7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의 수해 현장을 직접 찾았는데 그곳에서 흙투성이가 된 차량의 운전대를 직접 잡고 현장을 돌아보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수해 지역 주민들을 선전에 적극 활용한다는 점은 북한만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최근 '국무위원장' 명의의 예비 양곡과 노동당에서 보내는 구호 물품을 받은 대청리 주민들이 수송 트럭을 박수로 환영하는 사진이 여러 차례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렸다. 구호품을 받아 안고 감격해 오열하는 주민도 있다.

13일에는 수재민들이 김 위원장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원수님의 대해 같은 은덕에 이 나라의 농민 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서 보답해나가겠다"라고 충성을 다짐하는 편지를 보냈다면서 다시 한번 이 같은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인민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민들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과 여기에 감동한 주민들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내 결속과 단결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다.

이는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오열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처럼, 북한이 체제 선전·선동을 위해 사용해 온 전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전달돼 기뻐하는 북한 은파군 대청리 주민.  신문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전달돼 기뻐하는 북한 은파군 대청리 주민.  신문은 "양곡을 받아 안은 피해지역 주민들은 격정의 눈물로 두 볼을 적시며 당 중앙을 우러러 고마움의 인사를 삼가 드렸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방식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구태의연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진흙투성이 옷을 입었다 해도 수해 복구 현장에서 '인증샷'을 찍어 공개하는 한국 정치인의 행태 자체에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우리처럼 북한에서도 이는 이제 통하지 않는 '낡은 수법'으로 여겨질 것이란 의미다.  

지난 10일 신문 1면에 실린 사진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이 은파군 대청리에 보낸 예비 양곡을 전달하는 모임식 사진으로, 한 여성이 마이크 두 개가 놓여있는 단상에 앉아 두 손을 번쩍 들고 뭔가를 외치고 있다. 아마도 김 위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일 텐데 격정에 사로잡힌 듯한 표정과 동작이 지나치게 과장된 인상이다.  

이는 이제는 사상 교육도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는 최근의 북한 주장과도 상당히 동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책동 속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며 주변 세계를 다 목격하고 들을 것도 다 들은 인민"(5월3일 자 노동신문 논설)이라는 그들의 말을 따르자면 더욱더 이런 사진으로는 충성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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