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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人사이트] 이재명 "수면제 먹었는데 소화제 줬더라…그후 죽을 힘 다해 살았다"

'트랙터' 몰고 싶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인터뷰
내 소망은 공정한 세상…호미·쟁기 다뤄봤으니 이젠 트랙터도 좀

(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2020-08-16 07:00 송고 | 2020-10-21 14:00 최종수정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나는 무수저…돈벌기 위해 동네형 이름으로 공장 취직

그는 스스로를 ‘무수저’라고 했다. 흙수저는 그래도 흙이라도 뜰 수저라도 있는데, 무(無)수저는 수저 자체가 없으니, 그야말로 빈손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의 지난 삶은 팍팍하고 거칠다. 처절한 도시 빈민의 삶을 살았다. 공장 취직도 안 되는 어린 나이에 동네 형의 이름으로 ‘공돌이’가 돼서 돈을 벌어야 했다. 위장 취업한 셈이다. 그는 그때를 ‘야만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구타가 일상이었다. 어린 나이에 두 번의 자살을 기도했다. 프레스 기계에 잘려나간 팔뚝 뼈 때문에 팔은 굽었고, 심한 열등감이 사춘기를 사로잡았다. 정규 교육은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고,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 학벌을 따냈다.
이만하면 이 시대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비록 그가 사법시험을 통과해서 변호사 개업을 했고, 두 차례 성남 시장을 거쳐 2년째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이제는 차기 대선의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이 사회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수원의 경기도청에서 이재명(56) 경기도지사를 만나자마자 그의 그런 처절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소회를 무엇보다 먼저 듣고 싶었다. 이 땅의 손꼽히는 지도자가 세상에 대해 깊은 원한을 품고, 복수를 꿈꾸고 있을지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자살을 두번씩이나 시도했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 그때 이후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정말 사는 게 겁나지 않나? ”
- 거참… 가능한 한 그 얘기 하지 말라고 하던데. 삶의 과정이 처참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주변의 조언이 있긴 하다. 인생을 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들이 특정시점 특정한 상황들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할 만큼 심각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사춘기에 팔이 굽은 장애인이 되어 한여름에도 반 팔을 못 입었다. 자살에 실패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죽을 힘으로 살자. 진짜 죽을 힘을 다해 살자.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공장노동자에서 벗어나 대학을 가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죽을 힘을 다해서 하니 에너지 소모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변호사 되고도 남아있던 '장애인' 콤플렉스…아내 만나면서 사라져

그 후에 그는 긍정과 희망이 삶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고 했다. 그가 자살하려고 동네 약국을 돌며 모아 입에 한꺼번에 털어 넣은 수면제는 소화제였다. 약국의 약사가 속여 판 것이었다. 그 시절엔 수면제 자살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그에게 ‘굳이’ 굽은 팔을 보여달라고 했다. 왼팔의 와이셔츠 소매를 걷는다. 실제 팔이 안쪽으로 굽었다. 10대 공장 시다(보조)로 일할 때 프레스에 손목 뼈 일부가 잘려나갔는데, 성장하며 안쪽 뼈가 자라지 않아 굽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며 굽은 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변호사 개업 한 후에도 숨기고 싶었다. 연애 시절, 털어놓았다. 듣고 나서 껄껄 웃는 것이다.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고민하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반팔을 입고 다녔다. 장애인에 대한 가혹한 천대라는 점을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 결혼하고 사회운동을 하면서 장애를 삶의 일부로, 나의 특징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그는 자전적 에세이집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책에서 10대 공장 노동자 시절 브라보콘을 걸고 동료 직원과 쉬는 시간에 주먹질을 해야 했다고 썼다. 자신의 주먹에 맞아 쓰러져 코피를 흘리는 동료를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을까?

-그때는 공장노동자들이 스포츠나 놀이가 없었다. 공장의 폭력문화였다. 고참이 신참 때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신참을 길들인다고 서로 때리게 만들었다. 당시 한 개 100원짜리 브라보콘을 맞짱 떠서 지면 세 개를 사야 했다. 고참 것 하나, 내 것 하나, 상대방 것 하나. 그때 나의 한달 용돈이 50원이었다. 돈이 없었다. 죽기살기로 이겨야 했다. 그런 공장에서 탈출하려면 공부를 해야 했다. 그야말로 야만의 시간이었다. 결국 두 번의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들어가 인생 역전을 처음 이뤘다.

그는 그 시절 네 가지의 소원이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가난 때문에 준비물을 못 갖고 가서 선생님에게 매일 맞았고, 공장 노동자 시절 간부에게 매일 구타를 당해 공부해서 선생님이나 공장 간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나머지 두 가지 소원은 싱싱한 과일이 가득 찬 냉장고를 갖는 것과 노가리 안주에 생맥주를 원없이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별명 가운데 하나가 싸움닭이다. 거친 이미지 탓이다. 가까이서 본 그는 환하게 잘 웃었고, 조근조근 설명도 차근차근하게 했다. 현실의 문제를 물어볼 시간이 됐다.

“최근에 여야 국회의원들한테 전자우편으로 대부업 금리 인하와 병원 응급실 폐쇄회로 설치 등을 요구했다.”  

◇ 부정부패·고리대금, 나라 망하는 마지막 징조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권한 밖이라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나라 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공직자의 부정부패이고, 두 번째가 민간인끼리 수탈, 도박, 고리대금이다. 이게 나라 망하는 마지막 징조다. 고리대금을 제한해야 되는데, 도지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낮출 수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워했다. 국회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그래서 부탁을 한 것이다.

“효과는 있었나?”

-비싸게라도 빌려주는 게 어디냐, 안 빌려주는 것보단 낫다라는 의견도 있다. 경제성장률 1% 시대에 24%의 금리를 주고 원금을 갚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량식품을 싸게 팔면서 굶어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만 국가가 병 걸릴 음식을 국민이 사먹게 방치하면 안된다. 불가피하게 빌려야 한다면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한다. 24% 까지는 돈 벌게 해줘야 하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돈 빌릴 기회조차 잃지 않느냐라고 주장하는 것은 범죄자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논리에 가깝다.

실제로 24%의 최고 금리를 10%로 낮추자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지사는 주택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했다. 30년간 양질의 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임대주택이 신혼부부 등 자격 제한이 있는데 이를 무주택자로 풀고, 기간도 늘리자는 것이다. 이재명식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각한 부동산 문제는 바로 불로소득 문제라고 생각한다. 로마가 망한 이유는 경제력이나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문화로 망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라야 발전한다. 부정하게라도 돈 많이 가진 사람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사회가 망한다. 그중 제일 심각한 문제가 사 놓기만 해도 값이 올라서, 평소에는 세를 받고, 팔 때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옛날에는 소수만 하던 일인데 이제 온 국민의 로망이 됐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최근의 주택 수요는 ‘공포수요’가 됐다.

“공포수요(恐怖需要)라니?”

-무서워서 집을 사는 것이다. 이러다가 평생 집 못 사고 평생 월세 내면서 사는 거 아냐? 라는 불안 때문에 공포수요가 생겨난다. 집을 많이 공급하면 해결되나? 해결이 안 된다. 분양을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버렸다. 분양 더 해주면 투기수단이 늘어난다. 누군가 사 모을 것이다. 역세권의 국가가 소유한 좋은 땅에 고층으로 지어서 분양을 하면 투기수요가 넘치고 공포수요까지 가세한다. 홍수가 났는데 거기에 벽돌 몇 개 던지면 홍수만 커지지 홍수를 막을 수 없다. 이럴 때는 근본적 대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평생 저렴하게 적정한 가격으로 좋은 자리에 중산층이 살 정도의 30평, 35평짜리 아파트를 국가에서 임대아파트로 제공한다. 원하면 평생 살 수 있다고 하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지금은 공포수요…분양으로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

이 지사는 ‘1% 부족’한 정부 관료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참 바르다. 문제는 관료들이 못 따라 가는데 있다.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 바로 정답이다. 부동산으로는 돈을 못 벌게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다. 부동산이 주거용 용도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으면 누가 사겠나. 꼭 필요한 사람끼리 경쟁해서 집값이 오르면 세금으로 걷어, 세금을 좋은 일에 쓰면 된다. 돈 벌려고 하는 것은 못하게 막는 정책들이 마련해야 한다. 공공임대 개념을 바뀌야 한다. 임대주택이 가난한 사람이 산다는 것이 아니라 무주택 중산층도 살 수 있게 해서 분양 안 받고 평생 살게 해주면 된다.  

이 지사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는 이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위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나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될 때 수요 부족으로 생긴 구조적 경제침체를 예고했다. 현재의 위기는 공급역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가처분소득을 늘려야 한다. 그냥 주면 금고에 넣고 안 쓰니까, 강제로 쓸 수밖에 없는 지역화폐로 주자고 했다. 이번에 13조원으로 전 국민한테 평균 26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줬더니 100조원 가까이 뿌렸을 때만큼 효과가 났다. 바로 전대미문의 새로운 정책이다. 해봐서 효과가 있으면 확대해야 하는데 관료들이 그것을 안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자기들의 정책을 고집한다.

“비정규직에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주자는 것도 발상의 전환인가?”

-아니다. 이미 서구 선진국들은 해온 것이다. 원래 서구사회는 비정규직을 많이 쓴다. 거기는 평생 고용이 적은 대신, 안정적으로 장기간 일하는 사람보다 똑같은 일을 단기간 잠깐 하는 사람들에게 보수를 더 준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급여가 정규직의 60%밖에 안 되고, 노동자 사이에 계급이 생겼다.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사내(하청) 정규직,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4단계가 생겼다. 임금차이가 무려 100대 40이다.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성남 시장으로 일할 때 공약 이행률이 96%라고 발표됐다. 그 얘기는 곧 실행 가능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인데 이 두가지 정책의 실행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부동산을 잡고, 비정규직의 차별을 완화하는 것 모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정치는 선행(善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 모두가 찬성하고 박수치는 일만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자선단체가 하는 것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해관계 조정이라고 하는 의미는 누군가가 더 많이 누리고 있는 무엇인가를 다른 쪽으로 옮겨야 된다는 뜻이다. 모든 정책에는 손해 보는 쪽이 있고 득을 보는 쪽이 있다. 정책을 통해서 총량이 늘어나는 방식이라면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그런 걸 잘 안 하려고 한다. 소수지만 자신의 것을 빼앗길 때 시끄럽기 마련이다. 정치의 마당에는 그것이 저항이 되고, 서로 적대화된다. 나는 그런 거 잘 안 가리는 편이다.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달을 따다 주겠다든지 높은 산에다 다리를 놔두겠다는 공약을 해도 국민들이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많다. 나는 실현 가능한, 작은 것을 많이 이야기하고 실행 가능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다.  

이제 정말 핫(hot)한 이야기를 해보자. 바로 차기 대선 관련이다. 그는 현재 여권 대선 후보 가운데 상승하는 2위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이낙연 의원과는 불과 5%포인트 차이로 접근했다. 3년전 그는 19대 대선 공식 출마 선언을 자신이 10대때 일했던 성남의 시계 공장 마당에서 했다. 예선에서 3위로 떨어졌고, 그는 자신이 그때 ‘오버’했다고 했다.

◇일꾼은 편 먹고 정하지 않아…주인인 국민이 결정

-그때는 지금의 야당인 당시 집권세력한테 눈 밖에 나서 많이 압박을 당했다. 또 대선 경쟁장에 내가 필요했던 것 같다. 페이스메이커였고, 스파링 파트너였다. 그런데 그 페이스메이커가 본분을 잊었다. 내가 진짜 선수 아냐? 이렇게 생각하고 앞선 이들을 제쳐야지 라고 생각했다. 정치적 미숙이고, 과도한 욕망이었다. 이번에는 반성적 고려가 많이 작동하고 있다. 객관적 상황은 그때보다 많이 낫긴 하다. 마음을 비워 놓기로 했다.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일꾼의 일자리는 주인이 정하는 것이다. 일꾼들이 편 먹고 정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자리는 가능하지만 큰 자리는 결국 주인, 국민 대중이 정한다.

그에게 대선 출마를 결심했는냐고 묻지 않았는데, 그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여유가 있다. 자신감도 엿보인다. 그리곤 ‘좀 자유롭기로 했다’고 했다.  

이 지사는 평소 ‘꼬리를 잡고 몸통을 흔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것이 자신의 전략이고, 그 전략이 먹힌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아웃사이더이기에 익숙해진 전술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겠고 작심한 것은 대학 때였다. 모두가 동등하고, 희망가지고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사회운동, 인권운동을 거쳐 급기야 정치판까지 왔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할 내 일이다. 내 가족들, 내 이웃들을 위해서 해야 될 것 같다. 다만 조금 유용하고, 효율적 수단을 가지면 더 좋다. 호미로 농사를 짓는 것보다 트랙터가 낫다. 그러나 그건 탐할 수 없다. 그건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호미를 주면 호미를 갖고, 쟁기를 주면 쟁기로 열심히 하면 된다.

그는 호미(성남 시장), 쟁기(경기도지사)를 거쳐 트랙터(대통령)을 운전하며 봉사를 하고 싶다고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않는다. 탐할 수는 없지만 효율적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그의 정책이 표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많이 받아왔다.

◇퍼주기니 표퓰리즘이니 비난했지만 나라경제에 긍정 효과

“마구 퍼주기다, 표퓰리즘이다라는 비난에 어떤 방어를 할 것인가?”

-지역화폐와 소위 청년배당이란 걸 통해 기본소득을 논의할 때 모두 나에게 미쳤다고 했다. 퍼주기를 하고, 기본소득을 주면 누가 일하냐? 라며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이제 전국적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정부의 재정지출과 결합될 경우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재난기본소득이 증명했다. 일본의 헬리콥터 머니를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한 달에 20만원 주는 기본소득이 기본소득이냐? 100만원은 줘야지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데 100만 원이 가능한가? 무책임한 비난이다. 실현 가능한 것이 중요하다. 실효성을 체감하면서 조금씩 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정부 재정지출을 통해 나의 삶이 개선되고, 경제도 좋아지고, 경제가 좋아지면 세금 세수도 늘어나고, 부담을 했던 고액납세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해야 한다. 지금처럼 세금내는 사람, 혜택 보는 사람 따로 있고, 세금 더 내면 다른 사람이 혜택 본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증세도, 발전도, 성장도 불가능하다. 나의 역할은 이런 정책 실현을 조금 앞당기고, 그런 비난은 당연히 지불해야 되는 비용의 일부라고 본다.

그는 대학시절, 독재에 항거하는 대신 고시공부에 몰두하며 스스로에 대해 개인영달을 추구하는 나약함과 기회주의적 태도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도권에 들어가 사회를 바꾸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제도권 안에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나?”

-지금 나는 큰 제도권 안에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4분의 1이다. 웬만한 광역 지방정부 몇 개를 붙인 것과 같다. 좀 더 효율적이고 넓은 역할에 대한 열망이 없다고 할 수야 있겠냐? 쟁기로 소몰이하는 것보다 트랙터가 훨씬 낫다.

또 트랙터를 이야기한다.

그는 백발이다. 지난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로 법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는, 그의 말대로 자유롭고, 여유있는 상태에서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머리를 검게 염색하지 않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졌다가 이제 더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고 했다.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과 권력에 대한 의지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이 지사의 선제적이고 거침없는 행보는 그의 처절하고도 실제적인 과거로부터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kichen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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