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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서핑처럼 흔들리는 청춘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20-08-13 08:26 송고
리틀빅픽쳐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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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학주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악역 박인규를 벗고, 20대 청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취업도, 서핑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주인공 준근이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에서 보여준 청춘은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청춘이기에 웃을 수 있는 모습을 담아냈다.

13일 개봉한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서핑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 알바를 시작한 대학교 5학년 취준생 준근(이학주 분)이 홧김에 양양 바다를 걸고 금수저 서퍼와 막무가내 서핑 배틀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객기 폭발 청춘 버스터 영화다. 한예종 출신 심요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캐리어를 끌고 정처 없이 동해로 온 준근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계절학기 수강 신청에 실패한 준근은 기숙사에서 쫓겨났으나 집에도 내려갈 수 없는 처지다. 그러다 우연히 서핑 게스트하우스 숙식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어 잠시 머물게 된다. 평생 서핑 한 번 타본 적 없는 준근은 아르바이트를 위해 뜻하지 않게 겨울에 서핑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타오르는 열정에 비해 그의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이 와중에 금수저 서퍼를 만나 그저 오기 하나로 서핑 대결에 응했다. 물론 왕보초인 준근은 "한 달 뒤에"라는 조건을 소심하게 덧붙인다.

특훈에 돌입한 준근의 실력은 영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베테랑 서퍼 유나(박선영 분), 태우(신민재 분), 원종(신재훈 분)이 붙어 밤낮으로 가르치나, 가까스로 중심을 잡는 것에 수준이다. 그렇지만 서핑은 그에게 일탈이기도 하지만, 지지부진한 대학교 5학년 취준생의 인생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그래서 준근은 '취준생'을 탈출할 수 있는 취직 기회도 생겼으나 취업과 서핑 사이에서 외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프보드에 서기도 힘든 모습과도 비슷하다. 결국 준근은 고민 끝에 청춘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을 택한다.
리틀빅픽쳐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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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요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만큼 톡톡 튀는 편집이 돋보인다. 준근이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하거나, 서핑 대결에서 어필하는 모습 등이 눈길을 끈다. 장면 사이사이 인물들의 코믹한 지점을 살리는 편집도 소소한 웃음을 더한다. 여기에 흔치 않은 서핑을 소재로 청춘을 빗대어 표현한 점도 흥미를 높인다. 특히 실제 10여 년간 서핑을 즐긴 심요한 감독은 영화 곳곳에 서핑을 향한 애정과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 한 편의 서핑 영화 같다.

전작 '부부의 세계'에서 악랄한 '빌런'의 모습을 보인 이학주의 또 다른 면모가 특히 눈에 띈다. 어수룩하고 흔들리는, 불안한 청춘의 단상을 어색하지 않게 그려낸 이학주는 때로는 찌질하고, 때로는 패기가 넘치는 준근의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표현했다. 또한 박선영, 신민재, 신재훈과 '티키타카' 넘치는 케미를 통해 영화의 매력을 살렸다.
심요한 감독은 영화를 통해 청춘에게 직접적으로 교훈을 주고 싶은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준근이 서핑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사회생활을 겪고 서핑에 몰두 중인 세 명의 베테랑 서퍼가 준근의 고민과 선택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은 상당히 직접적이기도 하다. 또한 여느 청춘, 성장 영화와 비슷하게, 관습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기훈(김주헌 분)은 서핑을 배우던 준근에게 "해변에서 만만하게 본 파도도 말려봐야 아는 법이지"라고 말한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가 서핑 보드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다. 러닝타임 99분. 13일 개봉.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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