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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못 기다려"…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식 가을에 몰린다

호텔·예식장 '가을' 예약 마감 임박…내년 미루면 '추가 비용' 부담
하객수 줄인 중·대형 결혼식부터 야외 결혼식 인기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20-08-14 07:05 송고 | 2020-08-14 10:36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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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봄 결혼을 예정했던 A씨와 B씨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예식을 두 차례나 미뤘다. 마스크를 착용한 하객들과 평생 남을 단체사진을 촬영할 생각을 하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연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예식을 미룰 수 없어 오는 가을 결혼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2. 예비신부 C씨는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미룬 결혼식을 오는 10월 진행키로 했다. 이미 20% 위약금을 내고 예식을 한차례 미룬 데다 드레스 대여·청첩장 등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C씨는 "결혼을 연기하면서 청첩장을 다시 제작하는데 추가 비용이 들었다. 더 이상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없어 간소하게 예식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푸념했다.


'5월의 신부'를 꿈꿨던 이들이 대거 '가을의 신부'로 변신하고 있다. 올 봄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했던 예비부부들이 하반기 들어 속속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결혼식이 당분간 힘들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결혼식을 내년으로 미룰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이처럼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진행함에 따라 호텔과 예식장들이 모처럼 밝은 표정이다. 일부 예식장의 예약률은 이미 90%를 넘어 주말 예약이 힘든 상황이다. 

◇"내년까지 미룰 수 없어"…하반기 예식 몰린다


14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9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예식장 예약률은 지난 3월 대비 두 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상황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경우 오는 9월~12월 평년보다 많은 88건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58건)와 비교하면 52% 가까이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부터 5월까지는 전년 수준인 33건의 예식이 진행됐다.

아울러 올봄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앤리조트에서 결혼 예정이었던 15쌍의 예비부부도 올 하반기로 결혼식을 미뤘다. 서울시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올가을(9월~10월) 결혼식 수요도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봄철 대비 30%가량 늘었다. 이 밖에 겨울(11월~12월)과 여름(6~8월) 순으로 결혼식 수요가 각각 25%·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웨딩 컨벤션 업계도 모처럼 바쁜 모습이다. 올 하반기 황금시간대로 불리는 오전 11~오후 2시 사이에 예식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이처럼 결혼식에 나서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난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결정적이다. 예식업계 관계자는 "올봄 결혼식을 예약한 경우 연내에는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미룰 수 있다"며 "하지만 해를 넘기게 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위약금을 물고 신혼여행을 취소한 데다 예식 연기 및 청첩장·드레스 업체에 들어간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오는 가을 결혼을 앞둔 C씨는 "이미 결혼을 1년간 준비했는데 예식이 6개월가량 늦어지니 지칠 대로 지쳤다. 여기서 결혼식을 더 미루게 된다면 비용 낭비인 것 같아 예식 규모를 줄이더라도 예정대로 식을 올리기로 했다"며 "이미 연말까지 주말 황금 시간대에는 예식이 꽉찬 상태였던 터라 예식 일정도 겨우 옮겼다"고 토로했다.

◇달라진 웨딩 트렌드…중소형·비대면 웨딩도 '속속'


코로나19 사태는 예식업계 분위기도 바꿔놨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을 강행하는 대신 하객수를 줄이거나 야외 결혼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비대면 웨딩 상품도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호텔 소공점의 경우 소규모 웨딩이 부쩍 늘었다. 그간 300~400명 수용 가능한 대규모 결혼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00명 미만의 하객으로 구성된 소규모 웨딩 수요가 지난해 동기 대비 45% 가까이 늘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도 5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형 웨딩으로 인기 있는 장소였지만 최근에는 300명 이하로 참석하는 중형 웨딩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300명으로 인원을 축소해 웨딩을 진행하는 예비부부가 20%가량 늘었다.


야외 결혼식 문의도 부쩍 늘었다. '배용준 예식장'으로 잘 알려진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의 예약률도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워커힐 관계자는 "예약을 확정한 고객만 두 배 늘었고 확정되지 않은 문의는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소공동 롯데호텔이 대표적이다. 호텔 측은 원하는 고객만 추가금액을 지불하면 예비부부들의 예식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해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프라이빗 웨딩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오는 24일 호텔 공식 유튜브 채널 '2021 웨딩 팔레트'를 통해 온라인 '온택트' 웨딩 쇼케이스를 생중계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7월 15% 수준이었던 프라이빗 웨딩 상담 고객은 올해 약 40%까지 늘었다.


예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 보니 연초와 달리 예식을 미루거나 취소하기보다는 인원을 줄여 진행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특히 올 하반기에는 기존에 예식 일정을 잡아뒀던 예식은 물론 결혼을 미룬 고객들의 수요가 더해져 인기있는 예식장은 이미 자리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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