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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39년 서기관 퇴직 62세 연제화씨 이발사로 '인생 2막'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청주=뉴스1) 최지원 기자 | 2020-08-11 08:38 송고 | 2020-08-11 14:08 최종수정
39년간 공무원(4급)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발사로 첫발을 내디딘 연제화(62) 전 충북교육청 서기관.2020.8.11/© 뉴스1
39년간 공무원(4급)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발사로 첫발을 내디딘 연제화(62) 전 충북교육청 서기관.2020.8.11/© 뉴스1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의 한 이발소. 중‧장년 남성에게는 어느덧 추억의 장소가 된 이발소에 들어서자 은은한 비누향이 풍겨왔다.
돋보기 안경과 멋들어진 앞치마를 착용한 중년의 남성은 능숙하게 가위질을 하면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중년의 남성은 지난 39년간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발사로 첫발을 내디딘 연제화(62) 전 충북교육청 서기관.

2017년 진천학생수련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그는 아침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웠다.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하지, 무엇을 해야 할까'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이 무섭고 싫었다.

그렇게 무료한 삶을 보내던 연씨에게 이발사라는 꿈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2018년 어느날 그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이발을 위해 동네 이발소를 찾았다. 머리카락을 자르던 중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격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솔깃했다. 그는 이발을 배우겠다는 의지 하나로 미용학원을 등록했다. 하지만 자격증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젊은 수강생들도 어렵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람들마다 다른 두상과 머릿결,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다르기에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머리를 완성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는 가위질을 하다가 손에 쥐가 나기도 하고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나오지 않아 헤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뼘씩 발전했다.

그의 노력은 학원 수강생 중에 제일이었다. 그는 강의 내내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준 최고령 수강생이었다.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에 위치한 '대복 이용원'.2020.8.11/© 뉴스1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에 위치한 '대복 이용원'.2020.8.11/© 뉴스1

그렇게 그는 지난 6월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에 '대복 이용원' 간판을 내걸었다.

자격증 획득까지 8개월, 이발소에서 실무 경력 쌓는데 10개월. 장장 1년 6개월 만이다.

이곳은 주로 40~60대의 손님이 찾는다. 이발뿐 아니라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이다.

의자 세 개, 소파 하나. 아담한 이발소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손님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며 이발소를 나갈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하루에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않지만 한명 한명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믿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단순히 이발만 하는 곳이 아닌 서로의 말벗이 돼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skygy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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