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일반동향

경제원로들의 쓴소리…"선의만 있는 정책은 국민의 고통"

전직 경제수장들, KDI 주최 행사서 작심 발언
"부동산 대책 '역지사지' 부족…盧정부 경험 잊었나"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0-08-10 19:06 송고 | 2020-08-11 11:26 최종수정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코리안 미러클 6: 한국의 경제질서를 바꾼 개혁, 금융실명제' 발간 보고회. 왼쪽부터 윤용로 전 중소기업은행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최정표 KDI 원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진동수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백운찬 전 관세청장,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기재부 제공)

"개혁 성향이 강한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역지사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를 주게 된다."

전직 경제수장들이 현 정부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주택과 전월세 값 폭등 등을 둘러싼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쓴소리다.

전직 경제관료 모임인 '재경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코리안 미러클 6: 한국의 경제질서를 바꾼 개혁, 금융실명제' 발간 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축사에 나선 진 전 위원장은 "개혁 성향이 강한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무엇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위해 굉장히 좋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아이러니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 수단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엄밀한 검증과 토론, 고민을 통해 검증해,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부동산과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이 조야에서 '설익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상, 임대차 3법 등은 오히려 전월세 가격 폭등과 매물 잠김 현상을 불러내 시장의 반응에 대한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종 정부 재난지원금도 기부규모 예측 실패, 지급지연 속출 등으로 혼란을 야기했다는 평가다.

진 전 위원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 경제정책 운영에서 후배들이 가장 부족한 것은 정책 유용성, 디테일에 대한 검증"이라며 "특히 최근 부동산 정책 등에서 이러한 부족함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또한 부동산 세제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시행해 본 경험과 역사가 있음에도, 조세저항을 비롯한 시장 반응에 대해 반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전 위원장은 "아무리 선한 목표로 정책 입안을 시작하더라도, 인간은 다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특성을 전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제 원로들은 정치권과 국회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는 경제정책 입안도 현 정부에 주문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실명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책은 단기간에 도입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입법절차를 밟으면 정책 입안자들이 아무리 호랑이를 그려도 국회를 거치며 이빨이 하나씩 빠진다"고 비유했다.

이날 발간 보고회에는 진 전 위원장과 윤 전 장관, 백운찬 전 관세청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등 경제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코리안 미러클' 시리즈는 KDI가 한국 경제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책 담당자들을 인터뷰이로 삼아, 직접 육성을 담아 발간하는 책이다. 금융실명제가 주제인 이번 편은 마지막인 6번째로, 강경식·홍재형·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금융실명제 도입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참여했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첫해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전격 도입됐다. 앞선 정권의 2차례 개혁 시도가 여러 이해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무산된 끝에다.

인터뷰이들은 이렇게 실시된 금융실명제가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한 번에 모두를 갖추거나, 정책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면서 당시 많은 반발을 샀던 금융실명제가 지금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기본 인프라(기반시설)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