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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잊을 만하면 '여경무용론'…팩트체크 해드립니다

역대 3번째 경찰청 女국장 탄생에 무용론 또 고개
수사·검거부터 피해자 보호까지 광범위한 업무수행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08-10 07:06 송고 | 2020-08-11 15:17 최종수정
8일 오후 인천시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여경들이 축제장 진입을 시도하던 집회 참가자를 진압하고 있다.2018.9.8/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8일 오후 인천시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여경들이 축제장 진입을 시도하던 집회 참가자를 진압하고 있다.2018.9.8/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정부는 지난 5일 송정애 충남지방경찰청 제2부장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치안감)으로 내정하는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송 내정자는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기사 댓글창을 열어보니 '악플'이 눈에 띄었다. "남경들(남성 경찰관) 빡세게 현장 일할 때 진급 공부하셨네" "그놈의 여성" "팔굽혀펴기 몇 개 하셨는데" 등이다.

여경 무용론 또는 혐오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성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장에서 쓸모없는 여경"이라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작성자 대부분이 여경 사진을 함께 올리고, 거기 달린 댓글에는 '외모 평가'가 빠지지 않는다. 표현 수위가 너무 높아 차마 보도용 지면으로 옮기기 힘든 댓글도 있다. 장소를 옮겨 유튜브 검색란에 '여경'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여경 무용론을 다룬 영상이 쏟아진다.

송 내정자 사례를 통해 여경 무용론을 '팩트 체크' 해보자. 송 내정자는 이번 치안감 인사자 24명 가운데 유일하게 순경 출신이다. 최말단 계급인 순경은 경찰 서열 3위 직급인 치안감보다 8계급이나 낮다. 

순경 출신이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사례는 그야말로 흔치 않다. 송 내정자는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경찰 역대 3번째 여성 경찰청 국장이 된다. '진급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가감 없이 옮긴다. 

"송 내정자가 '여성'이라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전 대덕경찰서장 당시 그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복지 개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경찰서 이전을 주도해 성공했습니다. 리더십이 없다면 성사시킬 수 없는 일입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선배로 꼽힙니다."

'송 내정자의 경우는 특출난 개인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냐'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겠다. 통계 자료를 근거로 다시 한번 '팩트 체크'를 해보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인 규명을 위한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7.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인 규명을 위한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7.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0월 말 기준 전국 여성 경찰관 수는 1만331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7162명(약 54%)이 생활안전부서에서 근무하고, 2502명(18.8%)이 수사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두 부서의 핵심 사건 가운데 하나는 성범죄다. 다른 하나는 아동 학대 범죄다. 아동 학대와 성 범죄는 올해 가장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7시간 가까이 여행용 가방에 감금해 아동을 숨지게 한 사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 범죄 피해자 신변 보호에는 남성 경찰관도 투입되지만 무엇보다 여경 투입이 필수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성희롱 피해자 보호 현장에는 여경이 빠짐없이 투입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경은 수사·검거부터 피해자 인권 및 신변 보호까지 광범위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학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아동을 보호하는 현장에도 여경이 투입된다. 대규모 집회 여성 참가자 대응에도, 여성 용의자 수색 과정에도 여경은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육탄전 끝에 범인을 검거해 수갑을 채우는 곳만이 현장이 아니다.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 인권을 위해 섬세하고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곳, 사후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공간 역시 '현장'이고 이곳에 여경이 투입되고 있다. 앞으로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되는 현장이다.

특정 부서 쏠림을 비롯해 여경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 숙제도 경찰은 분명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장에서 여경은 쓸모가 없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현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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