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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밤바람마저 아찔"…534m 롯데월드 123층 꼭대기서 즐기는 '비박'

'세상에서 가장 높은 캠핑…서울 야경이 한눈에"
"떨리지만 평생 없을 경험" 엄지척…'하늘 위 프러포즈'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0-08-09 08:03 송고 | 2020-08-09 13:07 최종수정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34m 높이 루프탑 전망대 앞에서 크리에이터 조민근씨(왼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2020.8.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34m 높이 루프탑 전망대 앞에서 크리에이터 조민근씨(왼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2020.8.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우리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몰라. 나 지금 떨고 있어?"

고도 534m 정상에 올라서자 숨 가쁜 탄성이 터졌다. 하늘에서 굽어본 서울의 밤은 낮보다 더 환했다. 반짝이는 도심 야경이 끝 간데 없이 펼쳐졌다. 한강 바람에 섞여 부는 비 냄새마저 아찔하다. 이곳은 롯데월드타워 꼭대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야영지'다.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7일 옥외 루프존에 야영지를 차리는 '아찔한 실험'에 도전했다. 123층 534m 높이에 침낭을 깔고 1박을 하는 '비박 체험'이다. 마천루(摩天樓) 위에 선 야영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서울 야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냈다. 깎아지른듯한 난간 앞에서 웃으며 엄지를 치켜드는 '용자'도 있었다.

<뉴스1>은 롯데월드타워 '써머레스트(SUMMEREST) 2020'에서 열린 한여름 밤 '이색 캠핑' 현장을 따라가 봤다.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34m 높이에 마련된 '비박존'에서 유튜버 윤재원씨와 배희준씨가 캠핑을 즐기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34m 높이에 마련된 '비박존'에서 유튜버 윤재원씨와 배희준씨가 캠핑을 즐기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끝없이 펼친 야경에 가슴이 뻥"…534m 마천루 위에서 '1박'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머리 위에는 별이 있고, 발아래엔 서울이 있는 느낌. 떨리지만 두 번 다시 못 할 경험이죠"
롯데물산은 8월 한 달간 롯데월드타워 옥외 최상층부와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도심 캠핑을 즐기는 '써머레스트 2020'을 개최한다. 최상층 루프탑에는 야경을 보며 잠드는 '비박존'이, 잔디광장에는 BMW 신형 SUV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존'이 설치됐다.

백미는 단연 '비박존'이다. 지상 534m 상공에서 야영을 하는 기상천외한 캠핑은 이제까지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롯데월드타워 123층, 비공식적으로는 125층 높이에 침낭이 깔렸다.

롯데물산은 본 행사 하루 전(7일) 인플루언서 14팀을 초청해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오후 6시 차박존 캠핑장에서 공연과 영화를 관람하고, 밤 10시에 롯데월드타워 옥상에 올라가 숙박을 하는 순서다. 광장 옆에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푸드트럭이 줄지어 섰다.

비박존으로 가려면 롯데월드타워 122층까지 비상 승강기를 이용한 뒤 계단을 통해 3층을 더 올라가야 한다. 루프탑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패러글라이딩할 때나 입는 안전복 '하네스'(harness)를 착용해야 옥외 전망을 둘러볼 수 있다.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34m 높이 '비박존'에서 내려다본 서울 야경. 형형색색의 불빛이 도심을 휘황찬란하게 밝히고 있다. 2020.8.7/뉴스1 © 뉴스1 최동현 기자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34m 높이 '비박존'에서 내려다본 서울 야경. 형형색색의 불빛이 도심을 휘황찬란하게 밝히고 있다. 2020.8.7/뉴스1 © 뉴스1 최동현 기자

루프탑에 오르자 시원한 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한주 내내 쏟아지던 장맛비는 거짓말처럼 뚝 그쳤지만,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비 냄새가 묻어 있었다. 전망대 앞에 서자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뒤덮인 서울 야경이 쏟아지듯 눈에 들어왔다. 주홍색 네온사인을 휘황찬란하게 밝힌 듯한 '불야성'(不夜城)이다.

인플루언서들은 탄성을 지르며 전망대로 몰려들었다. 본업인 '리뷰'를 잠깐 잊은 듯 서울 풍광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유튜브 채널 '초록Cholog'을 운영하는 조민근씨(22·여)는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서울 야경을 보면서 잘 생각을 하니까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며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534m 상공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깜짝 청혼'도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채널 '혜화동엘린TV'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윤재원씨(31·여)는 이날 연인이자 매니저로 활동하는 배희준씨(36)에게 청혼을 받았다. 윤씨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내보이면서 "오늘 특별한 프러포즈를 받았다"며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차박존'. 배우 겸 유튜버 강성훈씨(왼쪽 아래)가 도심 차박을 즐기는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유튜버 김용찬씨가 7살, 9살 자녀들과 먹거리를 먹으며 캠핑을 하고 있다.2020.8.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차박존'. 배우 겸 유튜버 강성훈씨(왼쪽 아래)가 도심 차박을 즐기는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유튜버 김용찬씨가 7살, 9살 자녀들과 먹거리를 먹으며 캠핑을 하고 있다.2020.8.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시민도 반긴 '차박존'…안전벨트 꼭 쥐고 '굿나잇'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서는 BMW 신형 X시리즈 SUV에서 1박을 즐기는 '차박존'이 진행됐다. 차박존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넉넉하게 거리를 두고 설치됐다. 총 10곳의 캠핑장에는 각각 SUV 차량과 텐트, 폴딩 의자, 랜턴, 알전구 등 캠핑용품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라진 도심 행사를 신기한 표정으로 반겼다. 어머니와 함께 저녁 산책을 나온 이모씨(29·여)는 "도심에서 공연을 본 것은 올해 처음인 것 같다"며 "행사를 하는 줄 모르고 왔다가 모처럼 문화생활을 즐긴 느낌"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써머레스트 행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캠핑장을 운영한다. 다만 잔디광장 뒤편에 추가 공간을 마련해 일반 대중도 공연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잔디 광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문진표를 작성하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7살, 9살 자녀와 함께 차박 캠핑을 즐기러 온 크리에이터 김용찬씨(유튜브 채널 에이든티비)는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어 즐겁다"며 "아이들 기억에도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친구와 함께 유튜브 채널 Oppakabar를 운영하는 권혁주씨도 "평소 잠실을 자주 찾긴 하지만,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캠핑할 기회가 또 있겠냐"며 "친구와 함께 깔끔한 환경에서 차박을 하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배우 겸 크리에이터 강성훈씨도 "도심 속에서 즐기는 차박이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튜버 조해영씨(왼쪽)과 임소영씨가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534m 높이 루프존에 마련된 '비박존'에서 1박 숙박 준비를 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2020.8.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유튜버 조해영씨(왼쪽)과 임소영씨가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534m 높이 루프존에 마련된 '비박존'에서 1박 숙박 준비를 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2020.8.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인플루언서들은 오후 11시쯤 침낭에 누워 '진짜 비박' 체험에 들어갔다. 초고층에서 진행되는 야영인 만큼 휴대전화를 제외한 개인물품은 미리 수거함에 맡겨야 한다. 침낭과 하네스에는 단단한 안전로프가 채워진다.

유튜브 채널 '러닝해영'을 운영하는 조해영씨(28·여)는 "노고산 정상에서 백패킹을 해본 적이 있지만 이번 비박은 차원이 다른 느낌"이라며 "무섭고 떨리지만 내일 아침 햇살을 보면서 눈을 떴을 때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액티비티 브이로그 채널 '런소영'을 운영하는 임소영씨도 "평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늘 밤은 더 특별한 것 같다"면서 "하늘 위에서 별빛을 보며 잠을 잘 것"이라는 말을 남긴 뒤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롯데물산은 7일과 8일 두 차례만 롯데월드타워 루프탑 비박존을 운영한다. 내년부터는 비박존 체험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시민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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