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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세종실록]김현수 장관의 공직기강 단속 방법

전직원 대상으로 '청렴 서약' 받아…김 장관 본인이 첫 서명
관계업체에 '청렴서한문'도 발송…업체들 "이게 웬일" 문의

(세종=뉴스1) 김성은 기자 | 2020-08-08 08:00 송고
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지난주 정부세종청사 5동의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 사이에선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농식품부 하위 조직인 각 국별로 김현수 장관의 특별 지시가 전달됐다. 농식품부 전 직원이 '청렴 서약서' 2부에 서명해 1부는 본인이 갖고 남은 1부는 감사관실에 제출하라는 '명령'이었다.

서약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나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장애가 되는 알선·청탁을 근절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문화를 조성하는데 앞장선다…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품·향응을 받지 않으며, 주변으로부터 청렴성에 의심을 받을 만한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

서약서 하단에는 "만약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엔 어떠한 처벌이나 불이익 조치도 감수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610여명에 달하는 농식품부 직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이 서약서를 작성해 모두 제출했다고 한다.

다소 엄혹해 보이는 측면도 없진 않다.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된 뒤, 직원들은 농식품부가 행여나 '행정부 코로나 사태'의 진원지로 손가락질 당할까봐 외출도 가급적 자제하며 코로나19 예방으로 가슴을 졸여온 터였다. 그러다 7~8월 휴가철을 맞아 이제 막 숨통이 트일 참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자칫 긴장이 느슨해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지난 1987년 농식품부 전신인 농림수산부에 발을 들인 뒤 33년간 농식품부에서 잔뼈가 굵으며 조직을 샅샅이 꿰고 있는 김 장관이 이를 놓칠리 없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농식품부의 숙원인 공익직불제 시행 첫 해다. 최근 들어선 전국 농지이용실태 조사에 착수하며 농지 불법 사용 여부에 대한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이런 때 기강이 해이해지면 농식품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제도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이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지 6개월정도 흐르며 조직의 피로도가 역력해진 시기에 김 장관이 공직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이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 뉴스1

청렴 서약 역시 김 장관이 제일 먼저 총대를 멨다. 그는 앞서 지난달 21일 청렴 서약서에 일찌감치 서명한 뒤 집무실 한편의 잘 보이는 곳에 서약서를 걸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글자에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매번 청렴을 다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평소 꼼꼼하기로 소문난 김 장관의 성격을 잘 아는 직원들에겐 이번 지시 역시 그리 놀랍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농식품부의 세세한 일마저 구석구석 파악해 지시하는 김 장관을 두고 일부 직원은 "그렇게까지 일일이 안 챙기셔도 돼요. 장관님"이라며 만류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물론 농식품부에서 청렴 서약서 서명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4년 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 시절에도 직원 대상 청렴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공직자가 부정을 저지르면 곧바로 공직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농식품부의 종합청렴도 등급은 전체 5등급 가운데 3등급에 오르는데 그쳤다.

이에 김 장관은 아예 장관 명의의 '청렴 서한문'을 별도로 작성해 관련 농업인단체와 소비자단체를 비롯해 농식품부 일선기관과 많이 접촉하는 물품·용역계약업체, 동식물 수출입업체, 동물약품업체 등 총 483개 기관에 일괄 발송했다.

이 청렴 서한문은 "정부는 농업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비상한 각오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저를 비롯한 농림공직자 모두는 농정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윤리를 굳건히 지키며 청렴사회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농업인과 농식품업계 관계자 여러분께서도 계속 지켜봐 주시고 애정 어린 격려와 질책을 당부드린다"며 청탁 문화 근절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전례가 없던 농식품부 장관의 '이례적' 공문에 일부 업체는 농식품부 측에 전화를 걸어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이번 청렴 서약서와 서한문을 계기로 농식품부의 청렴도를 한층 높이길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장관님이 직접 청렴 서약서를 챙기다보니 직원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se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