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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정연리·이길리, 집 지으면 안될곳" 87세 노인의 한숨

"1979년 대북 전시용 주택사업으로 하천부지에 조성" 회고
철원 마을들 여전히 침수상태…이재민 아직 집에 못돌아가

(철원=뉴스1) 김정호 기자, 박하림 기자 | 2020-08-06 18:33 송고
6일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에서 주민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오후 6시부터 8월6일 오전 8시까지 주요지점 누적강수량은 장흥(철원) 757㎜, 김화(철원) 697㎜, 양지(철원) 683.5㎜, 남이섬(춘천) 575㎜, 신북(춘천) 571.6㎜, 향로봉(인제) 549.5㎜, 상서(화천) 543.5㎜, 사내(화천) 543㎜, 외촌(철원) 540㎜, 북산(춘천) 536.5㎜, 해안(양구) 529㎜ 등이다. 2020.8.6/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6일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에서 주민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오후 6시부터 8월6일 오전 8시까지 주요지점 누적강수량은 장흥(철원) 757㎜, 김화(철원) 697㎜, 양지(철원) 683.5㎜, 남이섬(춘천) 575㎜, 신북(춘천) 571.6㎜, 향로봉(인제) 549.5㎜, 상서(화천) 543.5㎜, 사내(화천) 543㎜, 외촌(철원) 540㎜, 북산(춘천) 536.5㎜, 해안(양구) 529㎜ 등이다. 2020.8.6/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정연리와 이길리는 집을 지으면 안됐던 곳이야. 하천부지에 대북 선전용으로 지어진 집들이라고.”

6일 침수피해로 인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이재민들이 대피한 오덕초등학교에서 만난 고문형씨(87)는 “물에 잠긴 마을이 1979년 이길리와 정연리를 중심으로 조성된 전시마을 임대주택사업으로 북한의 오성산에서 잘 보이는 곳에 조성한 ‘대북 선전용’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을 고스란히 겪었던 고씨는 당시 경주로 피난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큰 태풍을 만나 거주했던 집을 유실하는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그래서 고씨는 정부가 하천부지인 정연리에 농막주택 120세대와 이주민 68세대를 대상으로 이길리에 짓겠다는 전시마을 임대주택 사업을 홀로 반대하기도 했었다.

고씨에 따르면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고씨가 “하천부지에 집을 지으면 강물이 불어날 때 유실의 위험이 크다”고 반대했음에도 이를 강행해, 현재 모습의 정연리와 이길리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길리와 정연리는 여전히 물에 잠겨있다. 지난 5일 오후 1시께부터 서서히 물에 잠겨 오후 5~6시께 완전히 마을 전체가 침수됐었다.

주민들은 마을과 한탄강 사이 쌓은 제방이 무너져 급격하게 침수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에 찬 물의 수심은 2m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원에 흐르는 또 다른 하천인 화강 인근의 김화읍 생창리 마을에도 성인 허리 높이 정도까지 물이 차 올라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했었다.

생창리의 침수 원인은 화강 상류의 둑이 터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탄강, 화강과 수원이 다른 용강천도 넘쳐 철원읍 대마리, 율이리 주민들이 대피한 바 있다.

이날 철원군에 따르면 이재민은 21세대 45명이며, 173세대 316명이 인근 대피소로 집단 대피했다. 공공기반 시설 138개소가 침수 등 여러 피해를 입었으며 산지 6.48ha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주택 214세대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축사 6개소 1.1ha와 농경지 86.7ha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내린 철원군 읍·면별 누적 강수량은 동송읍 748㎜, 철원읍 747.5㎜, 근남면 717㎜, 김화읍 671㎜, 서면 555.5㎜, 갈말읍 431㎜ 순이다.


rimro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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