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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코칭' 한계…학원 보내야 하나"…초등 학부모 '근심'

"부모의 조력이나 사교육 여부 따라 학습 수준 천차만별"
"감염병 때문에 학원 안 보내고 있지만 엄마로서 답답해"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0-08-06 16:51 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지난 4월20일 서울 한 가정에서 3학년 학생이 엄마와 함께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지난 4월20일 서울 한 가정에서 3학년 학생이 엄마와 함께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온라인 개학과 이어진 등교·원격수업 병행으로 학습격차 문제가 심화하면서 초등학생 자녀의 학습부진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가 이미 방학이 시작됐거나 곧 방학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등교수업 축소로 인한 어린 학생들의 학습부진 문제를 해소하려면 가정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학원가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40대 학부모 윤모씨(여)는 "프리랜서라 집에서 스스로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학원에 보낼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큰딸이 1학년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학습평가 같은 걸 할 때 수학 과목에서도 다들 만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잘하는 아이는 만점을 받고 떨어지는 아이는 1~2개밖에 못 맞힌다고 하더라"며 "엄마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많이 벌어져 큰일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윤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방학 이후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학습지를 매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지만, 윤씨는 "엄마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직접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간 학력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격수업 초창기부터 구글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 온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원격수업을 아무리 충실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대면수업의 효과에 미치지 못한다"며 "부모의 조력이나 사교육 여부,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에 따라 학습 수준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지난 6월1일 모습./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지난 6월1일 모습./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월23~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교육격차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온라인수업만으로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5.4%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응답자로 좁혀보면'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이 전체의 70.2%로 높아졌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경북 구미 거주 박모씨(44·여)는 딸의 학습부진이 우려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학원에 보낼 수도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박씨의 자녀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1학기에는 1주일에 2차례씩 등교했지만, 오는 18일 2학기 개학 이후에는 매일 학교에 간다. 학습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이 등교수업 확대를 두고 찬반투표를 거쳐 학교의 동의를 받아 이같이 결정했다.

박씨는 "초등학교 2학년이면 수학에서는 연산 개념을 배우고, 국어에서는 어휘를 많이 학습할 시기인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집이 대구와 가까운 데다 올가을 2차 대유행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지만 엄마로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강모씨(38·여)는 "부산 동래구 학원 강사들이 요즘 하는 이야기가 '학원마다 학생으로 꽉꽉 차고 특히 초등학교 1~2학년이 많아 놀랍다는 것'이라며 "학교는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고 엄마들도 지치다보니 학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생후 13개월 된 둘째 자녀를 출산하기 전까지 10년 넘게 부산 학원가에서 보습학원 강사로 일했다. 그는 "2학기부터는 등교수업 날짜가 늘어나게 돼 학습부진이나 학습격차 문제가 조금은 완화하겠지만, 학부모들은 1학기 때 벌어진 학습격차를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시 노원구학원연합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학원을 찾는 초등학생들이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늘어나면서 오히려 예년보다 많아진 분위기"라며 "공교육만으로는 학습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학원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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