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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공화국]③2천원짜리 생닭, 튀김옷 입고 기름 샤워하면 2만원 '적정'?

"원재료 시세 반영 안돼" vs "유통 과정 이해 못한 것"
원자재 비싼 특화메뉴·부분육 인기로 체감 가격 더 높아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20-08-11 07:05 송고 | 2020-08-11 09:06 최종수정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다. 전국에 3만6000개가 넘는 치킨집이 성업 중이고 전체 프랜차이즈의 20%가 '치킨'이다.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탓에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공간이기도 하다. 배달대행 1순위 역시 치킨이다. 하지만 계속 오르는 치킨값은 어느덧 가볍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간식'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감당하지 못한 채 '대박'의 꿈이 '쪽박'으로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치킨공화국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조명해 봤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생닭 한마리는 2000원밖에 안하는데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치킨은 2만원이지?"

치킨을 주문할 때면 가끔 드는 생각이다. 치킨 한마리에 쓰이는 생닭 원가는 약 2000원. 최종 식탁에 오르기까지 무려 10배나 가격이 치솟는 셈이다. 과거 시장에서 몇천원짜리 이른바 '통닭'을 즐겼던 추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반면 프랜차이즈 본사나 점주들은 생닭이 치킨이 되기까지 거치는 유통과정을 생각하면 비싼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생계 시작은 수입산…식탁에 오르기까지 520일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생닭은 일반적으로 달걀에서 부화해 식탁에 오르기까지 32일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생닭의 뿌리를 찾아보면 단순히 32일 만에 출하된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에 유통되는 생닭 출발점은 조부모 닭으로 불리는 수입산 원종계다. 국내에 들어온 원종계 병아리는 생후 30주차 전후로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들이 부화해 성장한 닭이 종계다. 종계가 다시 알을 낳기까지 또 30주 이상 흘러야 한다. 농가에선 종계의 병아리를 32일 정도 키워 치킨으로 쓰이는 10호 닭으로 출하한다. 결국 원종계에서 시작해 식탁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시간만 약 500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과정을 한번 거친 이후에는 약 한달만 지나면 육계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조류 독감 등으로 살처분이 이뤄지더라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육계 공급 생태계를 재건할 수 있는 이유다. 
하림과 같은 닭 가공업체는 건강하고 신선한 제품을 위해 위탁 농가에 사료와 병아리 등을 제공한다. 100% 구입 계약을 맺고 농가가 건강한 닭을 키우는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수개월에 걸친 가공업체와 농가의 노력에도 육계 시세는 평년을 밑돌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가 쓰는 닭고기(10호·냉장) 7월말 기준 시세는 2385원으로 1년 전(2836원)과 비교해 16% 떨어졌다. 최근 저렴한 수입산과 국내산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사진제공=하림)© 뉴스1
(사진제공=하림)© 뉴스1

◇ 생닭 시세 떨어져도 치킨값은 '슬금슬금' 인상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가 원재료 하락에 따른 이득을 모두 챙긴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는 도계업체와 고정금액으로 장기 계약을 맺고 납품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닭 시세 변동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으로 장기간 거래된다는 의미다. 즉 프랜차이즈와 도계업체가 생닭 시세 변동성을 서로 분담하는 구조다.

도계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프랜차이즈에 넘기는 생닭 가격 변화는 100∼200원 수준"이라며 "생닭 시세와 치킨값 상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생닭에서 시작한 원가는 가공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도계업체는 가맹본부가 요구하는 염지·조각수 등에 맞춰 1차 가공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치면 생닭의 몸값은 3500원 정도로 상승한다. 프랜차이즈는 본사 이익과 물류비 등 명목으로 약 1000원을 더한 4500원 안팎에 가맹점에 공급한다.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받은 생닭에 각종 부자재를 투입해 치킨 한마리를 완성한다. 조리에 필요한 튀김가루·기름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주는 소스·콜라 등도 치킨 가격에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치킨 한마리 원가는 1만원 정도로 2배가량 치솟는다. 

업계에선 치킨 한마리 원가는 소비자 가격의 50∼6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점주는 소비자에 팔고 남긴 이득으로 인건비·임대료·추가 배달비를 충당한다. 남은 금액이 점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실제 손익은 일반적으로 매출의 15% 수준"이라며 "점주들은 배달비와 앱 광고비 부담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꾸준히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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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는 옛말…메뉴 다양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

최근엔 부분육이 인기를 끌면서 피부로 느끼는 치킨값은 더 비싸다. 부분육 원가는 도계 과정에서 추가 공정이 필요해 비싸다. 날개(1㎏) 시세는 일반 생계보다 약 4배 높게 거래된다. 이는 소비자 가격으로 직결된다. 실제 교촌치킨 허니 오리지널은 1만5000원인 반면 허니스틱은 1만18000원으로 3000원이나 차이를 보인다.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는 메뉴가 등장한 것도 치킨 가격이 높아진 이유다. 단순 프라이드가 아닌 특화 메뉴는 원자재가 더 필요하다. bhc도 뿌링클은 1만7000원, 콤보는 1만8000원에 팔고 있다. 하지만 프라이드는 이들보다 저렴한 1만5000원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모든 프랜차이즈 1등 메뉴는 부분육 혹은 특화 메뉴"라며 "프라이드 메뉴 가격은 여전히 1만5000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배달비가 추가되는 것도 치킨값 부담으로 연결된다. 소비자들은 점주·본사와 무관한 배달값 2000∼3000원을 치킨값으로 계산한다.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기본적으로 건당 4000원 이상이다. 즉 배달비는 점주와 소비자가 분담하는 형식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치킨 한마리를 먹기 위해 2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뉴스1과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0대 성인남녀 1000명의 '치킨 소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치킨 가격을 비싸다고 답변한 비율이 71.6%에 달했다. 알맞은 가격이란 응답은 9.9%에 불과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배달앱 할인행사를 포함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비자 지적을 공감하고 있어 당장 가격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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