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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군대] 육사가 어쩌다…노원구 '떠나달라' 지방서는 환영

정부 "이전 검토 없다"…노원구 "육사 자리에 첨단산단 조성"
"육사는 국군의 역사" vs "해사, 공사도 지방에 있는데"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20-08-06 06:30 송고 | 2020-08-06 10:19 최종수정
정부가 아파트 1만호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일대. 육군사관학교는 태릉골프장과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2020.8.4/뉴스1

육·해·공군 사관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에 남아있는 육군사관학교를 둘러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육사를 품은 서울 노원구는 캠퍼스를 이전해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하자고 공개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선 경기·충남·강원의 지자체들이 육사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육사 이전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추진과 맞물려 육사도 결국 부지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온다. 정부와 각 지자체 사이에 육사가 낀 모양새다.

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육사 유치 경쟁에는 충남 논산시·강원 화천군·경북 상주시 등이 뛰어들었다. 여기에 동두천·연천 등 경기 북부 지자체와 전북 장수군도 유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27일 육사 이전을 공개 건의하며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경기도는 '접경지역 균형발전'과 '군 시설 연계효과'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대상지로는 주한미군 공여지인 동두천시 캠프 호비(170만㎡)와 연천군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이 거론된다.

충청남도는 육군훈련소, 국방대 등이 있는 논산시를 육사 이전 최적지로 내세우고 있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시 및 국방과학연구소·항공우주연구원이 있는 대전시와 연결해 국방 중추 지역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정부와 국방부는 이러한 유치 경쟁과 별개로 육사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태릉골프장만 (이전을) 검토했고, 육사 이전은 검토 안 했다"고 말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하지만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육사 이전 논의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맞닿은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호 아파트 건설이 본격 추진되기 때문이다.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주민 휴식공간이나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육사도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육사 캠퍼스와 태릉골프장의 부지를 합하면 총 149만6979㎡(약 45만평)로 '미니 신도시급' 규모다.

벌써부터 육사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원구청이 육사 부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전날 '태릉골프장 관련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대책에서 육사 이전 문제는 빠졌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육사 이전 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산업의 전초기지로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군 내부에선 이러한 육사 이전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위례신도시부터 태릉골프장까지 다 내주었는데 육사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시각이다.

한 육사 출신 군 관계자는 "육사는 단순한 대학 캠퍼스가 아니라 국군의 역사가 집약되고 호국정신이 깃든 곳"이라며 "태릉골프장도 모자라 육사까지 자리를 내주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생도 모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현실적인 여론도 있다. 그동안 서울이란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우수 자원을 확보해왔는데, 경기나 강원 접경지역으로 옮긴다면 우수한 인재가 육사를 지원하겠냐는 우려다.

다만 캠퍼스 바로 옆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육사 입장에서도 달갑지는 않다. 내부활동이 노출되고 훈련시 소음 발생에 따른 민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지방으로 이전한 공군사관학교(청주)와 해군사관학교(진해) 전례를 보면, 육사만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다른 군 관계자는 "사실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꾸준히 나왔던 것"이라며 "현실적인 시각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6기 졸업·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임관 선서를 하고 있다.(국방일보 제공) 2020.3.5/뉴스1



wonjun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