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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좋은 문화가 좋은 성과로…사람이 돼야 연구도 된다"

[건강한 연구실을 찾아]"자신을 사랑해야 조직도 사랑해…행복이 우선"
"졸업한 학생도 언제든 환영…'AS 연구실'"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김승준 기자 | 2020-08-04 07:40 송고 | 2020-08-04 07:42 최종수정
편집자주 세상 참 많이 변했죠? 기업들은 '부장님' 호칭을 버리고 '위계적 칸막이'를 없애는 등 수평적 문화 만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책까지보며 '90년생 배우기'에 열심이죠. 그런데말입니다. 참 변하지 않는 곳이 대학 연구실입니다. 교수님은 여전히 대학원생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이죠. 과학 R&D에 연간 2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데 '꼰대 교수님'과 '90년생 대학원생'이 공존하는 연구실이 변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이미 현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문화에 성과까지 탁월한 '건강한 연구실'을 소개합니다.


"직장이라면 성과만 잘 내도 될지 모르지만, 여기는 학교잖아요. 학교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고, 인재는 기술력만으로는 되는게 아니라 사람이 먼저 돼야합니다."
제1호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된 최지웅 한양대 에리카 교수는 연구 성과에 앞서 연구실의 문화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며 회사 문화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갑질'이 성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학 연구실이다. 학생들은 부당한 걸 알면서도 졸업 논문 승인 권한을 가진 지도교수의 횡포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연구에 전념하기에 앞서 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심초사하고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하다.

지난 3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 이후 만난 최 교수는 "(건강한 연구실을 만드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솔직함'을 소통의 비결로 내세운 그는 소주 한잔 사달라고 말해주는 학생들이 고맙다며 '형 같은' 면모를 보였다.

◇"인성 없이 기술력만 있으면 연구가 무슨 소용인가요"
해양음향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최 교수는 "사람이 안된 상태에서 기술력만 있으면 조직에 해가 된다"며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하는 말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다.

최 교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조직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도 행복이 우선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학생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꼼꼼히 신경쓴다고 말했다.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 간담회에서 최지웅 교수가 한 학생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 뉴스1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 간담회에서 최지웅 교수가 한 학생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 뉴스1

이날 인터뷰에 앞서 있었던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최 교수에 대해 행복을 강조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연구실 학생이 '등굣길이 행복하다'고 한 것에 대해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 '월요병(월요일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이 없었으면 한다"라며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 연구실 전체의 발전이고 나의 발전에도 좋다"라고 설명했다.

학부 연구생인 황인성씨(27)는 "노력하는 모든 것이 자신의 행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라며 "본인이 행복한 것이 진짜 행복한 것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특히 자주 하신다"라고 말했다.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최강훈씨(33) 역시 "애인과 헤어지거나 할 때에도 교수님에게 편하게 털어놓는다"라며 "솔직하고 편하게 다가와주셔서 저도 솔직하고 편하게 뭐든 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좋은 문화'가 '좋은 성과'로…총 15억 규모 13개 과제 따내

대학이 집행하는 연구비는 국민의 세금이 재원이 된 소중한 돈으로, 성과를 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연구실은 연구성과(40점), 연구실 관리(30점), 연구실 문화(30점)에서 신청서와 발표·질의 응답을 토대로 선정된다.

최 교수팀은 건강한 연구실 문화를 토대로 올해 총 15억 규모의 13개 연구 과제를 따냈다.

해양음향공학 연구실은 우리나라의 수중음향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곳으로, 해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다룬다. 해양 환경 모니터링, 해저 지형 탐사, 해양 생물 모니터링 등 민수 관련 분야와 수중 무기 유도, 수중 통신 등 국방 관련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올해는 대표적으로 민수 분야에서는 풍력단지 수중소음 조사를, 국방 쪽에선 수중 통신을 연구 중이다. 연구 결과는 해양 생물에 미치는 피해정도를 측정하는 환경영향 평가와 수중센서 네트워크를 활용한 항만 감시체계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최지웅 한양대 에리카 교수가 3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뉴스1
최지웅 한양대 에리카 교수가 3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뉴스1

최 교수는 연구실을 이끌며 운영철학을 묻는말에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자'를 들었다.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연구비는 국민 세금이니 함부로 쓰지 말란 얘길 많이 한다"라며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이유는 국민이 세금을 모아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란 점을 주지시킨다"라고 강조했다.

공과대학의 연구실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 불리울 정도로 초과 근무가 잦다.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집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 교수 이를 없애기 위해 '9 to 6' 근무를 필수로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하는 척 하는 학생을 제일 싫어한다"라며 "짧은 시간 집중해 좋은 결과를 내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인생을 즐기는게 삶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실을 졸업하고 나간 학생도 언제든 돌아와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연구실에서 떠나있던 학생들이 다시 현업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연구실 장점 중 하나가 '평생 AS'"라며 "졸업한 제자들도 언제든 친정처럼 연구실을 찾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보람됐던 순간을 묻자 '학생들이 잘 됐을 때'를 꼽았다. 최 교수는 "원하는 곳에 취직 하거나 바랐던 것을 이뤄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며 "학생이 기뻐서 저에게 '저 잘됐으니 소주 한 잔 하자'고 전화올 때 신이난다"고 말했다.

한양대 에리카 해양음향연구실 대학원생·학부생들.© 뉴스1
한양대 에리카 해양음향연구실 대학원생·학부생들.© 뉴스1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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