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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동산 '대혼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20-08-04 07:05 송고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임대차3법 반대모임 등 3개 단체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빌딩 앞에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참석자들은 이날 임대차3법은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20.8.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른바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 중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다. 당정은 유예기간도 없이 빠른 시행을 결정했다. 그만큼 시장의 안정화가 시급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당정이 해당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시장은 대혼란의 연속이다. 특히 당시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집주인은 계약을 끝내고 새로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리려 했다. 반면 세입자는 연락을 끊거나 집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버텼다.

사실 당정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혼란은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는 지금까지 수많은 규제책을 내놨다. 그때마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당연하다.

국토교통부가 새로운 규제지역을 지정하자 그 옆동네 아파트의 가격이 올랐고, 그래서 그 동네를 규제하자 또다시 그 인접 지역의 가격이 상승했다. 정 안 되겠는지 대규모로 규제지역을 지정하니 비규제 기준으로 잔금대출을 계산했던 청약당첨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후 금융당국은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인정했다. 상황이 일단락될 때까지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급을 확대하라"고 지시하자 이번에는 여당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발 빠른 사람들은 그린벨트 주변 땅을 사느라 난리였고, 그 와중에 정부 주체에 따라 '검토한다', '해제는 안 된다' 등 다른 목소리들이 나왔다. 혼란은 여전히 시장 몫이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다. 부동산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보안업체가 새로운 백신을 내놓으면 바로 이를 뚫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처럼, 정부 발표 다음날이면 '이번 대책에 대해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았다.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작용 분석을 안 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 여당 역시 정치적 판단이 최우선이라지만, 법을 개정할 때 파급효과를 고려했을 것이다. 민감한 부동산 관련 규제정책일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임대차 3법의 시행 직전, 집주인들이 이에 저항하며 보증금을 대폭 올리면서 서울의 전셋값이 뛰고 있다. 전셋값을 올리지 않던 집주인들도 '상한제 5%'를 의식해 앞으로 꼬박꼬박 보증금을 올릴 태세다. 월세보다 조금이라도 싼 전세대출 받으려고 세입자가 이 은행, 저 은행 알아보는 동안 여당에서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나쁜 현상이 아니"라는 한가한 말이나 하고 있다.

국민이 180석에 가까운 지지를 지난 총선에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야당에 발목 잡히지 말고 정부와 협력해 좋은 정책을 추진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속도를 중시하는 당정의 대책은 결국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소수의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시장의 집단지성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충분한 검토를 통해 변수를 차단하는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