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사건ㆍ사고

[사건의 재구성]"무얼 하다 왔어?"…흉기처럼 무섭던 그 질문

의처증 있는 남성에게 징역 4월 '집유'
검찰 "형량 가볍다" 항소했으나 법원 기각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08-01 08:00 송고 | 2020-08-01 08:50 최종수정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무얼 하다 왔어?"

2019년 7월 어느 날 밤 8시50분쯤 서울의 한 거주지 지하 1층 주차장이었다. 남편 A씨(60)는 부인 B씨(51)에게 소리쳤다. "무엇을 하고 왔나?" 

B씨는 화장품 쇼핑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믿지 못한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B씨가 며느리와 연락한 문자를 보고 화를 냈다. "X 같은 X, XXX."  A씨는 언론 지면에 옮기기 힘든 욕설을 아내에게 쏟아냈다. 

B씨를 밀치고 잡아당기다 그의 상의를 찢었다. 신고하려 하자 A씨는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으로 던졌다. 튼튼하기로 소문난 C사 브랜드의 휴대전화는 부서졌다. B씨는 이날 21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타박상을 팔꿈치에 입었다.

일어날 수 있는 부부 싸움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타박상'이라고 가볍게 보기 힘든 사건이다.

B씨의 일기장에는 고민과 다짐의 흔적이 기록됐다. 의처증 있는 남편과 이혼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각종 통계 조사를 살펴보면 35~55세에 의처·의부증 증세가 많이 발견된다.

"무얼 하다 왔어?"  B씨는 A씨와 사는 동안 이런 질문을 얼마나 받았을까. 이 질문은 B씨에게 흉기처럼 위협적이지 않았을까? 주차장 사건 발생 다음 달에 B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 신청을 했다. 

법원은 폭행치상과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해 지난 3월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징역 4월에 처하되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를 그에게 명했다.

다만 법원은 이혼조정 신청 사실을 이유로 B씨가 피해 사실을 과장해 진술할 동기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을 이유로 공소장에 적시된 상해가 아닌 폭행치상죄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폭행치상이란 폭행의 고의성은 있지만 상해의 고의성이 없을 경우 성립된다. 다만 그 고의성을 쉽게 구별하기 어려워 폭행치상죄로 처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상해죄가 적용된다.

검찰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서부지법은 지난달 23일 "검사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유죄 부분과 관련해선 별도의 양형 부당 항소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