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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전격 시행'…격변의 전세시장, 어디로 가나

6명의 부동산 전문가가 바라본 임대차 시장 변화
"세입자 주거안정 긍정적…전세소멸·4년마다 전셋값 급등 우려"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김희준 기자, 이철 기자, 전형민 기자 | 2020-08-02 06:05 송고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투명해지고, 전세를 낀 갭투자가 제한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제도에 불만을 가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거둬들이거나 실거주를 주장할 경우, 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가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년마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때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대차 3법, 세입자 주거안정 개선 긍정적…임대소득 과세 투명해져"

정부는 지난달 3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세입자의 전·월세 계약 기간을 최소 4년(2년+2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 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됐다. 1989년에 임대차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이후, 31년 만에 전세 시장이 격변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임차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이 3.2년으로 2년을 넘는다"며 "임대료 인상률 상한과 임대계약 갱신권으로 인해 거주기간이 길어지고 잦은 이사로 인한 부대비용이 줄면서 세입자의 정주 안정성(거주권 보호)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4년 동안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도록 주거 안정을 높이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제도 초기에 다소 부작용이 있겠지만, 안착한다면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그 밖에 임대차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에 대한 세입자의 권리 보장과 임대인의 임대소득과 관련한 과세도 한층 투명·편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셋값의 변동성을 일정 기간 축소해 전세가율을 레버리지로 활용한 갭투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1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 의결했다.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부장관. 2020.7.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임대인 불만에 따른 전세소멸·4년 뒤 전셋값 폭등 우려도

그러나 전셋값 인상에 제동이 걸린 임대인들이 제도에 불만을 품고 전세를 거둬들이거나, 실거주를 주장할 경우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뿐만 아니라 임대차 제도나 보유세 개편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 유통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세가 갈수록 소멸되고, 당장 가을 이사 철에 전세난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서울 등 도심 지역은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기 위해 실거주를 주장하며 일단 빈집으로 비워둔 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거나, 세입자를 가려 받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세 물량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임대차 4년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새로운 계약 체결 시에는 법 적용이 안 돼, 4년마다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요구된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시장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중에 4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는 임차인이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연장하냐 마냐의 실랑이가 있겠지만, 4년 뒤에는 전셋값 폭등으로 임차인이 엄청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신규계약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4년마다 신규계약 시점이 도래하면서 전셋값 폭등장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임대인의 기대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집수리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지역의 슬럼화나 임대차의 질적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제도 초기 지자체별 전셋값 상한요율 설정에 있어 혼선을 빚거나, 임대인의 반발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은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14% 올랐다고 밝혔다. © News1 송원영 기자

◇민간임대 감소 대응해 공공임대 등 공급 늘려야…보조책도 필요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전세 물량에 대비해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등 주택공급을 늘리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제도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규정을 세분화하고 보조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선 임대 기간이나 임대료의 직접적인 규제책 외에도 민간임대의 재고량 감소에 대응한 공공임대 등 공급확대가 요구된다"며 "바우처(voucher) 같은 임대주택 보조책 등도 확대 병행돼야 관련 제도 변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돼 새 아파트 공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도권 3기 신도시와 도심 속 유휴부지 및 정비사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급확대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임대차 3법 시행과 관련한 혼란과 임대인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임대인에 대한 제도 균형과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의 임대차 종료 정당 사유 및 세입자 퇴거·재계약 거부 사유 등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