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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떠난 '미스터 서울' 최용수, "지독히 힘들고 외로웠을 것"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7-31 15:01 송고
최용수 감독이 FC서울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 News1 김진환 기자
최용수 감독이 FC서울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 News1 김진환 기자

지난 2018년 FC서울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친정으로의 복귀를 결심한 최용수 감독에게 왜 하필 지금 돌아왔냐고 물었다. 몰아치는 폭풍우를 좀 피하고 2019년부터 다시 지휘봉을 잡아도 될 일이었다.

그때 최 감독은 "당연히 결정이 쉽지 않았다. 자칫 강등이라도 당한다면 나에게도 치명타였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한 뒤 "그러나 팀이 너무 심각했다. 선수들 멱살을 잡아끌고서라도 FC서울을 정상적으로 되돌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지금껏 그는 "FC서울은 서울다워야한다"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제는 한동안 듣기 힘든 말이 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FC서울맨 최용수 감독이 서울을 떠났다. FC서울 구단은 지난 30일 오후 "최용수 감독이 자진사퇴했다"고 전했다. 특별한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읽힌다. 구단의 압박은 없었다는 게 축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축구인은 "이번 결정은 '리얼 자진사퇴'"라고 했다. 구단이 사실상 경질시킨 뒤 자진사퇴로 포장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FC서울 내부 상황에 정통한 이들도 "안에서도 몰랐던 일"이라는 표현으로 갑작스러운 결단이었음을 전했다.

FC서울은 13라운드를 마친 현재 3승1무9패 승점 10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정규리그 11위에 그치고 있다. 서울보다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은 인천뿐이다. 지난 29일 FA컵 8강에서 포항에 1-5로 참패한 것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포항전이 끝난 뒤 최용수 감독은 "어떤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발악을 해도 쉽지 않다"며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리고 하루 뒤 사퇴를 결정했다. 도전이 과감했던 만큼 떠날 때도 구구절절 없었다.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 시절인 1994년 프로에 데뷔해 그해 신인왕을 차지한 최용수 감독은 안양이 K리그 정상에 오르던 2000년 MVP를 차지한 뒤 일본 J리그로 진출했다. 제프유나이티드 이치하라와 교토퍼플상가 주빌로 이와타 등에서 뛰었던 최용수 감독은 2006년 은퇴 뒤 곧바로 서울로 복귀해 이장수 감독 밑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다.

코치 세월만 6년이었다. 그는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으로 지냈다. 그러나 눈은 분명히 뜨고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한 바 있다. 그렇게 내공을 키우던 2011년 성적부진으로 시즌 중 물러난 황보관 감독의 후임으로 FC서울의 지휘봉을 잡는다. 탐났을 기회이지만 동시에 망설여지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은 "FC서울은 내게 각별한 팀이다. 프로의 첫 출발이었고 FC서울에서 뛰면서 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 등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런 친정이 위기였다"면서 "어차피 나도 그 성적에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락했고, 결정 이후로는 바로 앞에 있는 한 경기만을 바라봤다"고 고백했다.

결과적으로 초짜 최용수 감독이 소방수로 나선 서울은 정규리그 3위로 2011시즌을 마쳤다. 그 중간 7연승 파죽지세도 있었다.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은 '대행' 꼬리표를 떼어주었다. 그리고 정식 감독 첫해였던 2012시즌 최용수 감독의 FC서울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짜 말 위에 올라 타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쳤던 그해다.

이후 최 감독은 2013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4 FA컵 준우승 등 매 시즌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2013년 AFC 올해의 감독상 수상, K리그 최초 2년 연속 ACL 4강 진출 등으로 아시아의 주목까지 받았던 이 젊은 감독은 2016년 중국 장쑤 쑤닝의 50억원이상의 오퍼를 받고 대륙으로 도전을 떠났다.

진출 첫해 중국 FA컵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던 최용수 감독은 앞서 소개했듯 2018년 팀이 또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전년도 11위에 머문 팀을 2019년 3위까지 끌어올리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전에 성공했기에 2020년 FC서울을 기대하는 시선이 적잖았는데, 예상치 못한 이별로 끝났다.

최용수 감독을 잘 아는 축구인은 "솔직히 깜짝 놀랐다. 최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면서 "그 강한 사람이 이런 결정(자진사퇴)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지독히도 외롭고 힘들었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놀라움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것을 포함해 시즌 내내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가 더 심했다"면서 "올 시즌 성적만 가지고 최용수 감독을 실패한 지도자라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번쯤 쉬어간다 생각하는 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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