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박응진의 똑똑재테크] 이게 돈이 된다고?…이색 '○테크' 열전

레고부터 화폐·운동화·와인·식물·열대어까지 돈이 된다
스타벅스 기념품 재판매 '스테크'…일상 된 굿즈 되팔이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0-08-03 06:40 송고 | 2020-08-06 13:59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재테크(財tech)가 일상이 된 요즘에는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투자처로 발 빠르게 뛰어드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말도 안 돼. 이게 돈이 된다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레고 모으기와 이익 창출을 접목한 '레테크'부터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기념품의 재판매를 뜻하는 '스테크'까지 이색 재테크 방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레고부터 화폐·운동화·와인·식물·열대어까지 돈이 된다

취미를 즐기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일명 레테크다. 레고의 특정 제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으면 희소성이 커져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레고 제품들 중에서는 마을의 한 부분이 되는 개별 건물 제품 '모듈러'의 가격이 높은 편이다. 수십만원대의 제품이 시간이 지나 단종되면 수백만원에 거래되고는 한다. 인도의 타지마할을 표현한 레고의 경우 출시 당시 가격은 300달러였지만, 희소성이 커져 3700달러로 10배 넘게 뛴 사례도 있었다. 물론 제품을 개봉하지 않은 채 보관해놔야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

화폐도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지폐 하단에 적힌 일련번호가 동일한 숫자 또는 연속된 숫자로 나열돼 있다면 액면가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는 7이 연속으로 적혀 있으면 수십 배의 이익을 볼 수도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도에 발행된 동전도 희소성이 있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가계들이 집에 모아둔 동전까지 사용하면서 한국은행에서 동전을 적게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운동화 제작업체와 유명인사가 컬래버레이션으로 디자인 한 한정판 운동화, 오래된 와인, 희귀 식물과 열대어 등으로도 재테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이색 재테크의 경우 단기간에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 우선 제품 등이 단종돼야 하고, 소비자의 수요는 이어져야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운 재테크 방법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취미로 레고를 모으고 있는 직장인 오모씨(35)는 "레고를 좋아해서 소장용으로 하나 둘 구매해 갖고 있는데, 이것을 팔아 이익을 보려면 최소 10년은 있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레핀이라는 레고 모사품이 생산되고 있는 점도 레테크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 특정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로 장사하는 전문 장사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테크와 단기 신제품 되팔이는 정확하게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스타벅스에 서머레디백을 구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0.7.17 / 뉴스1© News1
한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스타벅스에 서머레디백을 구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0.7.17 / 뉴스1© News1

◇스타벅스 기념품 재판매 '스테크'…일상 된 굿즈 되팔이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백(여행용 가방)이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를 실시했다.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하면 서머 레디백 또는 서머 체어(접이식 캠핑 의자) 중 하나로 교환해 주는 행사였다. 얼마 안 있어 서머 레디백 핑크색이 먼저 동났고, 녹색 제품까지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를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 매장 앞에 소비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물론이고, 서울 여의도 한 매장에서는 소비자 1명이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는 서머 레디백 17개만 챙겨 떠났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후 온라인 중고사이트 등에서는 서머 레디백이 최고 10만원대에 거래됐다. 음료 17잔을 구매해 서머 레디백을 얻었을 때보다 약 30%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스타벅스가 사은품으로 고객을 부당 유인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달라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품절 대란으로 인해 음료를 구매한 소비자가 사은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게 위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최근 커피·빵 등 본연의 제품보다 사은품이나 기념품으로 내놓은 굿즈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할리스커피의 여름 프로모션 상품인 멀티 폴딩카트는 소비자 가격보다 약 5배 비싼 6만원대, 던킨도너츠가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손잡고 내놓은 '캠핑 폴딩박스'는 약 3배 비싼 4만원대에 중고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신라호텔 에코백과 키 링 세트가 5만원대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굿즈 되팔이가 이제는 일상적인 재테크 방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한편 업체들의 사은품·기념품이 웃돈에 팔리는 현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한 블로거는 "업체들의 제품 홍보를 위한 수단이 이제는 독특한 새로운 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지니, 업체들은 1인당 구매개수 제한이나 판매물량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딱히 효과는 크지 않은 듯 하다"며 "업체들의 본심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돼 마케팅 효과를 쏠쏠하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pej86@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