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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語사전] "포치를 걸써 대하다?"…코로나19에 대처하는 북한말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2020-08-01 09:00 송고
편집자주 '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최대비상체제' 가동과 관련해 연일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최근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한 방역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북한이 어떤 단어로 코로나19 방역에 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당 중앙의 지시와 포치에 무한한 책임성과 충실성, 헌신성을 가지고 가장 정확한 집행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26일 북한이 '최대비상체제'에 돌입한 이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포치'라는 단어가 연일 실리고 있다. 당중앙의 포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포치는 우리말 중 '공지'와 비슷한 말이다.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무엇을 벌려놓거나 널어놓는다'는 뜻으로 북한에서는 어떤 사업의 목적과 의의, 수행방도 등을 알려 앞으로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수막 등을 걸어놓고 사람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북한은 선전·선동을 통해 사업을 조직하고 홍보하는 행위를 포치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포치가 등재돼있다. 포치(抛置)의 한자 뜻인 던질 포(抛)와 둘 포(置)의 의미를 그대로 살려 '내던지어 버려둠'이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골짜기에 병력을 포치하다"라는 식으로 북한과 달리 '두다'의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

"최대비상체제의 요구에 불응하고 걸써 대하는 대상들을 법적으로 엄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노동신문은 31일 최대비상체제에 불응할 시 엄격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런데 문장 중 '걸써'라는 표현이 낯설다.

조선말대사전은 걸써를 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어 소홀한 태도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걸써 대하다'라는 말은 '대수롭지 않게 대하다'라는 뜻으로 방역체계를 건성으로 대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당의 경고인 것이다.

북한에서는 남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태도를 가리켜 흔히 '걸써 대하다' 혹은 '남의 말처럼 걸써 듣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걸써에는 '든든히 자리 잡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로'라는 하나의 뜻이 더 있다. "제대군인 하나가 배낭을 걸써 멘 채 벙글거리며 뒤에 서 있었다"라는 식이다.

"정치사업과 위생선전의 된바람을 더욱 세차게 일으켜 비상 방역사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켜야 한다."

31일 신문은 간부들을 향해서도 정치사업과 위생선전을 통해 비상 방역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을 촉구했다. 북한에서 선전·선동 사업을 진행할 때 자주 쓰이는 '된바람'이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또 등장했다.

남북 모두 된바람을 두고 '몹시 세게 부는 바람' 혹은 '북쪽에서 부는 바람'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사회 분위기를 표현할 때 된바람을 활용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눈길을 끈다.

우선 남한에서의 된바람은 "증권기관 구조조정 된바람 예고"와 같은 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된서리 맞다'라는 표현처럼 '된바람 맞다'는 고된 일이나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 쓰이는 말이다.

반면 북한에서 된서리는 '강한 사회적 선풍'을 의미한다. 좋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기술혁신의 된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사업도 실속 있게 진행하였다"라는 식으로 자주 쓰인다.

북한이 된바람을 일으켜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아니면 코로나19에 된바람을 맞게 될지 관심이 간다.

■ 포치
[명사]
사업의 목적과 의의, 수행방도 등을 알리는 것, 공지.

■ 걸써
[부사]
① 대수롭지 않게 여기여 소홀한 태도로.
② 든든히 자리잡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 된바람
[명사]
① 몹시 세게 부는 바람.
② 강한 사회적 선풍, 좋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바람.


carro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