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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목표는 '유관중'이 아닌 '무사완주'…서로 감시합시다

K리그 8월1일부터 관중입장 제한적 허용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7-31 11:24 송고 | 2020-07-31 13:37 최종수정
텅 비어있던 축구장에 이제 관중이 들어선다. 어렵사리 시작한 관중과 함께 하는 축구를 지키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텅 비어있던 축구장에 이제 관중이 들어선다. 어렵사리 시작한 관중과 함께 하는 축구를 지키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지난 26일부터 관중 입장을 허용한 프로야구에 이어 프로축구 K리그도 8월1일부터 팬들을 맞는다. 5월8일 개막 후 근 3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직관'이 가능해졌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구름관중' 장관은 기대할 수 없으나 그래도 현장에서 함께하는 축구가 시작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지점이다.

아직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다. 입장 허용 관중수는 경기장 전체 관중 수용 인원의 10% 이내로 제한했다. 전 좌석은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며 입장권은 온라인 사전 예매로만 판매된다.
애초 프로축구연맹이 정한 지정좌석 간 최소 거리는 전후좌우 1좌석씩이었다. 그러나 강화됐다. 착석 가능한 지정좌석은 좌우 2칸 및 전후 2칸 이상의 빈 좌석을 사이에 둬야 한다. 단 1칸 거리가 1m 이상일 경우에 한해서는 1좌석 이격이 가능하다.

분산시키는 이유는 당연히 안전이다. 경기장에 착석한 관중들 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해 신체접촉이나 비말 분산 등으로 인한 감염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관중석 섹터를 폭넓게 개방해 화장실 등 편의시설 이용 시 인원의 밀집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수정된 강화지침은 이웃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나온 '좋지 않은 예'의 영향이 적잖다. 지난 28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 구단의 첫 유관중 경기에서 관중석 일부 구역에만 관중들이 집중적으로 앉아 물의를 일으켰다.
입장인원은 981명에 그쳤으나 빈 곳이 넘쳐나는데 밀접한 좌석에만 관중이 몰려 논란이 됐고 미리 예매 가능 좌석을 분산시키지 않은 롯데 구단의 안일한 조치에 비난이 빗발쳤다. 관련해 문체부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엄중 경고와 함께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수칙 이행을 요청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도 더 강화된 지침을 구단에 전달했다.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다. 직관의 묘미 중 하나인 '치맥' 등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금지된다. 소리 지르기, 응원가 떼창, 어깨동무, 메가폰이나 부부젤라 사용 등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 응원 형태는 제한된다. 경기 관람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니 무더운 여름에 고역이다. 화장실도 떨어져서 다녀야 한다. 그리고 프로연맹과 구단은, 이런 지침을 팬들이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안내하는 요원들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 팬도 구단도 다 피곤하다.

하지만 '피곤하다' '귀찮다'는 단어도 3개월 전에는 사치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시작한 K리그는 '축구의 땅' 유럽에도 중계됐을 정도로 화제였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중도 입장한다. 좀 떨어져 앉는 것 정도를 지키지 않아 다시 TV로 축구를 봐야한다면 이것도 뉴스감이다.

아직은 감질 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도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생긴 행복이다. 덕분에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과 기성용을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 감사함을 지키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해야 한다. 구단도 팬들도 모두 잘해야 10%가 20%로 늘어나고 나중에는 두 팔 벌리고 힘껏 소리도 칠 수 있다.

어렵게 문을 연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관중과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큰 타격이다. 다시 무관중으로의 회귀는 일도 아니다.

구단의 꼼꼼하지 못한 준비나 누군가의 '나 하나쯤이야'라는 경솔함이 대량 확진자를 발생시키고 리그 중단, 리그 종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올 시즌 프로스포츠의 목표는 '관중 입장'이 아니라 '무사완주'여야 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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