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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땅에서 세상의 이치 깨달아"…고향으로 귀촌한 농협맨

전 농협 대전본부장 한용석씨, 금산서 20여 작물 '생산적인 삶'
"귀농 원한다면 몇년간 주말농장 해보며 내게 맞는지 확인해야"

(대전ㆍ충남=뉴스1) 최영규 기자 | 2020-08-01 10:00 송고 | 2020-08-03 14:11 최종수정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한용석 전 농협대전지역 본부장이 토마토를 따고 있다.© 뉴스1

충남 금산군 복수면 지량리에 위치한 한마음농원에 들어서자 개와 닭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5400여㎡의 농원에는 고추, 토마토, 깨, 복숭아, 산초나무 등 눈짐작으로 둘러보아도 20여 가지 넘는 작물이 재배되고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는 와중에도 바쁘게 농기계를 다루고 있는 한용석씨(65).

땅을 갈고 토마토를 따는 등 한 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았다. 농사일에 능숙해 보였지만 처음부터 농부는 아니었다. 그는 1974년 11월 25일 금산군농업협동조합(현 농협 금산군지부) 서기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농협중앙회 총무와 기획 분야에서 일을 하다 농협 대전본부장을 거쳐 2015년 농협 자회사 농협케미칼 감사실장을 끝으로 40년간 몸담았던 농협을 퇴임한 화이트칼라였다.

농협에서 일을 해 어느 누구보다도 농촌을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이 들면서도 어떤 인연으로 직접 농사를 짓게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

한 씨의 귀농 결정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이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아버지 고 한교선 옹은 아파서 누워 있었던 2년을 제외하고 80세까지 벼농사를 지어 자식들에게 쌀을 보냈다고 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아버지처럼 살겠다’고 다짐하며 귀농을 선택했다.

그는 "‘진정 생산적인 삶’은 땅에서부터 나오며 육체노동을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한 전 본부장이 농기계로 밭을 갈고 있다. © 뉴스1

◇ 나눠 주는 기쁨으로 시작한 재배

농원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480㎡으로 시작됐다.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일을 하다 2007년 고향인 금산으로 내려와 농협지부장 때 아버지 땅 옆으로 3300여㎡를 구입해 농원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2012년 농협 대전본부장 시절부터는 주말마다 금산에서 작물을 재배했다. 귀농을 위한 '워밍업' 단계였다.

주로 기르기 쉽고 바로바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상추, 오이, 배추 등을 심었다. 취미로 길렀지만 양이 제법 돼 서울에 있는 자식들과 주변 친척들에게 나눠줬다.

본인이 먹기 위해 길렀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도 '안전 먹거리'여서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나눠주는 기쁨에 그때그때 필요한 먹거리를 심다 보니 농작물 가짓수가 52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한 씨는 "농업에 대한 지식은 없어 처음에는 내 마음껏 되든지 안되는지 해 본 '실험'의 시기였다"며 “앞으로 집중적으로 키울 작물과 농원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 귀농인으로서 “예비 귀농자들에게는 몇 년간 주말농장을 해보면서 농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지자체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에서 귀농에 대한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고 교육도 해준다며 이를 통해 미래 트렌드에 맞는 지식과 비전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전 본부장이 계사 문을 손보고 있다. © 뉴스1

◇ 농사 지으면서 깨달은 이치

정년 퇴임 뒤 2017년에 귀농한 한 씨는 농작물과 키우는 가축으로부터 한 해에 한 가지씩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2020년이니 4가지를 알게 되었고, 최근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에서 4가지를 주제로 강연도 했다고 한다.
     
첫번째로 '고추 같은 삶'

고추는 온도와 습도만 맞춰주면 계속해서 열매를 맺는다. 아래쪽에서 고추를 따면 그 위에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또 열매가 열린다.

요즘 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것이다. 고추처럼 계속해서 열매를 맺는 삶을 살려면 고추가 온도와 습도에 맞추듯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을 변화시켜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번째로 '참깨 같은 삶'

참깨를 처음 심는 초보자는 깨가 제대로 여물었는지 알기 어려워 수확시기를 맞추기 어렵다. 그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어느 날 산비둘기들이 땅에 떨어진 깨를 주워 먹는 모습을 보고 참깨 수확시기를 알았다고 한다.

일찍 여문 아래쪽 참깨가 땅에 떨어지는 시기가 위쪽 참깨를 수확하는 때라는 것이다. 한 씨는 "참깨도 새들과 사람에게 각자 나눠주는데, 하물며 사람이 혼자 모든 것을 독식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마늘 같은 삶'

스페인산 마늘을 심으면 첫해부터 마늘대 위쪽과 땅쪽 두 방향으로 자란다. 하지만 한국산 마늘은 첫해에는 위쪽으로 싹을 드러내지 않고 땅 속으로만 스페인산보다 3배나 깊게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강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닭 같은 삶'

청계와 오골계 등 40여 마리를 키운다는 한용석씨는 수탉은 힘이 세서 먹이를 먹을 때 먼저 먹을 것 같지만 암닭들이 먹고 난 뒤에 먹는다며 지도자가 수탉에게서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했다.

한용석씨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지금의 한마음농원을 건강하지 못한 분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힐링농원’으로 가꾸는 것이다.  

한 전 본부장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캡처 화면 © 뉴스1

◇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자

일반인들이 농업과 친해지게 할 목적으로 만든 '러브미(米) 농촌사랑 마라톤 대회'와 농업인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농업인 신년 인사회'를 기획했던 한용석씨.

이제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여러 생각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중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생산물의 가격과 품질로만 보지 말고 농민들의 땀의 가치로 여겨 달라는 것이다. 그는 '땅은 정직하다'는 말처럼 우리가 땀흘린 만큼 자연은 돌려준다고 믿는다. 기존 농부들이 다 알고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농사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andrew7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