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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조선 관료의 생활은?…엄경수의 '국역 부재일기' 발간

유력인사들의 한강변 정자 이야기부터 금연 고충까지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2020-07-31 11:15 송고
서울역사편찬원은 조선시대 서울사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울사료총서 제17권 '국역 부재일기'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서울시 제공)/뉴스1© News1
서울역사편찬원은 조선시대 서울사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울사료총서 제17권 '국역 부재일기'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서울시 제공)/뉴스1© News1

서울역사편찬원은 조선시대 서울사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울사료총서 제17권 '국역 부재일기'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에 발간한 국역 부재일기는 조선 숙종 때 서울에서 주요 관직을 지낸 엄경수의 일기(총 8권)를 번역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원문은 한문으로 작성됐다. 
1672년부터 1718년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 엄경수는 오늘날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예조판서를 지낸 서울 사대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인물이다. 34세에 급제했으며 1716년 문한(文翰)을 담당하는 홍문관의 수찬(정6품)을 맡아 문신관료로서 평탄한 길을 걸었다.

이후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소론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이유로 관직에서 쫓겨나 곤궁한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부재일기는 엄경수가 승문원에 들어간 1706년부터 1718년까지 총 13년간의 이야기다. 서울 양반들의 문화와 서울의 풍광,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 교우관계와 인맥, 벼슬에 쫓겨난 양반의 생활 등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엄경수는 당시 한강변에 있던 압구정, 복파정, 족한정, 창랑정, 담당정 등 29개 정자의 위치와 내력을 세세하게 정리했다. 그는 당대 권세가들이 재력을 자랑하기 위해 정자를 지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자를 통해 자신 같은 사람들이 강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입 관료에 대한 선배들의 갑질도 부재일기에 묘사됐다. 엄경수는 처음 관직에 진출한 1706년 7월 11일 밤부터 허름한 차림을 하고 선배들을 찾아다니고 인사하며 동료로 인정받는 '회자(回刺)'를 시작했다. 선배들은 온갖 방법으로 신입을 괴롭히고 시험했으며, 때로는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엄경수는 새로 부임한 관원이 선배들에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허참례(許參禮)'와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허리띠나 신발, 부채 등을 쌓아 직위 고하에 따라 물건의 우열을 구분해 나눠주는 문화도 소개했다.  

숙종 때 첨예했던 노론과 소론의 갈등 과정에서 일어난 일화도 부재일기의 1709년 4월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이조참판 이정겸과 영의정 최석정이 돈어(복어)를 먹고 병이 나자, 당시 사람들이 "이는 노론의 돈어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병이 난 사람들이 모두 소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론 사람들은 "우리는 돈어만도 못하다. 돈어는 영의정에게 야인건시(사람의 마른 대변)를 먹게 하였으니"라고 말했다. 엄경수는 "어떤 이가 전하길 노론 사람들이 돈어를 '복씨'라고 부르는데, 이는 영의정을 병나게 했으므로 높여서 부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담배 때문에 고민하는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도 부재일기에서 볼 수 있다. 엄경수는 "담배를 오래 피우면 신장이 상하고 눈이 어둡고 정신이 혼미해지니 도움이 되는 점은 하나도 없다"면서도 "시인이 시 구절을 찾고 주인이 손님을 대접하는 등 모든 일에 이것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엄경수는 1917년 1월 24일 일기에 '담배를 끊기로 한 약속'이라는 글을 기록했으나 결국 금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며칠 뒤에 내가 먼저 약속을 어겼고, 한 달 뒤에 막내  아우 아형이 약속을 어겼다"며 "몇 달 뒤에는 수부 아재가 홀로 약속을 지켰지만, 또 점차 담배를 가까이 하기를 면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역 부재일기는 서울책방(store.seoul.go.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8월부터는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열람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은 정사와 관찬사료에서 볼 수 없었던 조선시대 서울 사람의 생활문화상을 보여주는 좋은 사료"라고 평가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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