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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만 軍 찾는 文정부…어차피 임기 안에 안될 것"

[태릉골프장 갑론을박]③ "서울 마지막 군 골프장 지켜야"
특혜 꼬리표에도 태릉골프장은 여전히 '절찬 영업 중'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20-08-02 09:30 송고
태릉골프장. © 뉴스1
태릉골프장. © 뉴스1

비가 내리던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태릉골프장 주차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습장엔 50여명의 사람들이 공을 치고 있었고 궂은 날씨에도 필드에 나선 이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현역-퇴역 군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태릉골프장의 보전을 요구했다.

지난 1966년 개장한 태릉골프장은 개장 이후 지금까지 군 전용 골프장으로 쓰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 이후 현재 공공주택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태릉 바로 맞은편에 있는 태릉골프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서울에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옆으로 펼쳐진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고 곧 도착한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54년의 역사만큼 노송들이 많았다. 연습장 입구에는 '나라와 함께 겨레와 함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장 당시 세운 비석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장 당시 세운 비석. © 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장 당시 세운 비석. © 뉴스1

이곳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은 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에 반대했다. 김모씨(56)는 "단순히 아파트를 짓겠다고 그린벨트 지역인 골프장을 없앤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태릉골프장의 경우 서울에서도 흔치 않은 자연 명소인데 삭막한 아파트 숲이 웬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캐디는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들의 미래는 어찌될지 암울하다. 단순히 골프장 직원뿐 아니라 캐디는 물론 식당에서 일하시거나 환경 관리를 하는 분들도 있다. 이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중령인 성모씨(62)는 "태릉골프장은 군인들의 자부심이 담긴 곳"이라며 "어차피 이번 임기 안에는 안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만 군을 찾는 문재인 정부가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아파트 공급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었던지라 이번에는 정부의 드라이브를 막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씨는 "청와대 의지가 강력하다 보니 이번에는 국방부에서도 무조건 반대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같은 그린벨트인데 군 소유지란 이유로 정부 마음대로 땅을 내놓으라는 식이어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실 태릉골프장의 경우 군인에 대한 특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주로 퇴역 군인이나 현역 군인이 이용하는데 민간 골프장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군인에 비해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민간인 골퍼나 유소년 선수들도 예약을 통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에겐 할인제도도 있다.

이날 만난 일반인 김모씨(34)는 "서울 근교에 이런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자주 이용했는데 없어질 것 생각하면 아쉽다"고 말했다.

김씨는 "골프가 대중화된 시대에 골프장이란 이유로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아쉽다"며 "이곳은 단순히 골프장이라기보다 자연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1번홀에서 바라본 태릉골프장. © 뉴스1
1번홀에서 바라본 태릉골프장. © 뉴스1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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