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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오늘부터 '뒷북' 서울시 현장점검…'수박 겉핥기' 우려

현장점검으로 구속력 있는 조치 어려워
"조사결과 공개 안 하면 여가부 의심할 수밖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0-07-28 07:05 송고
지난 15일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 News1
지난 15일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 News1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여가부가 서울시 현장점검을 앞둔 가운데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줄지 않고 있다.

여가부 스스로도 현장점검을 통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는 어렵다고 간접적으로 밝힌 만큼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풀기에는 한계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에 관한 현장점검이 진행된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관한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조치 실행 여부, 조직 내 2차 피해 발생현황과 조치사항, 폭력예방교육 내용과 참여방식 등이 점검대상에 올랐다.

현장점검은 여가부 점검단장을 포함해 실무자와 함께 법률·상담·노무 등 관련 전문가 등 총 5명으로 꾸려졌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을 때부터 여가부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가부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명 이상에게 동의를 얻으면서 여가부 폐지 논란도 불거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여가부 현장점검으로 성추행 피해 은폐·방조 여부나 피소 사실 유출 경위 등 의혹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는 "어떤 조직이나 기관에서 내부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에서 현장점검을 나갈 수 있다"면서 "기존에 해왔던 수준에서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여가부에 일정한 강제성을 지닌 조사기관이 없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여가부 관계자는 "부진기관 등은 언론 공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속력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만 말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 공보이사는 "(경찰·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성희롱) 사건 자체를 언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여가부 입장에서는 강제력도 없고 권한 자체가 없어 현장점검에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가부가 서울시 현장점검 결과를 당분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현장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을 세울 수 있을지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초 여가부는 점검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후 "결과 발표는 당장 하지 않고 대책을 포함해서 추후에 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같은 사건이 3개 지자체에서 일어났다"면서 "점검에서 어떤 문제가 구조적·제도적으로 있었는지 시민에게 정보를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장점검에 강제력마저 없는 상태에서 결과마저 공개되지 않으면 현장점검 자체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권 대표는 "소극적이고 뒤늦은 대처가 성평등 정책 실현의 의무를 지고 있는 여가부의 존재에 계속 의문을 갖게 한다"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성범죄 관련 문제 처리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 의혹을 한 지자체에 국한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해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범위를 전체 17개 시·도 지자체로 넓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 대표는 "여가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시스템 점검밖에 없다면 시스템 점검이라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해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여가부가 권한 내에서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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