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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물 건너가나…항공업계 '노 딜' 우려 심화

HDC현산 재실사 요구…"금호, 계약해제 의구심" 책임 전가
재실사로 출구전략 포석…인수 무산 시 구조재편 불가피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2020-07-27 06:30 송고 | 2020-07-27 10:14 최종수정
HDC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의 기싸움으로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긴 아시아나항공이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한다. 사진은 15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모습. 2020.6.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의 기싸움으로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긴 아시아나항공이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한다. 사진은 15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모습. 2020.6.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노 딜(No deal)'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과 관련된 책임을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에 떠넘기고 있어 일각에선 HDC현산이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출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또 HDC현산은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 착수를 위해 8월 중순부터 약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앞서 금호산업이 최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보냈는데 이에 대한 회신인 셈이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의 급증 △당기순손실의 큰 폭 증가 △2020년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에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 관련 계열사 부담 전가 등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7개월째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과 5개월만에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기준 1만6126%로 급증했다. 또 자본총계 역시 지난해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9일 HDC현산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며 인수조건 재협상 카드를 꺼냈다.

양측의 기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HDC현산은 지금까지 15차례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으나 충분한 공식적인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7일 실시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시장 예측 가격을 훨씬 웃도는 2조 4000억원을 입찰가로 적어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9.11.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7일 실시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시장 예측 가격을 훨씬 웃도는 2조 4000억원을 입찰가로 적어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9.11.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와 함께 오히려 금호산업 측이 '계약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인수지연의 책임을 돌렸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상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지정해 통보했다"며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게 아닌가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금호산업은 재실사를 요구한 HDC현산에 대해 "재실사를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만, HDC현산이 재협상 의지를 재실사 요구로 구체화한 만큼 내부적으로 수용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HDC현산이 재실사 카드를 꺼내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쌓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HDC현산이 금호산업에 '계약해제'를 염두에 뒀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도 인수 포기를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12주간의 재실사가 현실화되면 이 기간 HDC현산이 지적해온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및 선행조건 충족 여부등을 확인할 수 있어 HDC현산 입장에선 시간도 벌고 인수 철회를 위한 출구전략을 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최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무산으로 구조재편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전북도 자금 지원 이어 신규 투자자 찾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법정관리 이후 파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무산될 시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분리매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인수를 최대한 미루거나 제주항공처럼 없던 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실사 수용 여부에 대해 금호 측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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