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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추미애의 금부분리가 '듣보' 취급받는 이유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2020-07-23 10:16 송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금부분리(금융과 부동산의 분리)'를 제안하면서 대한민국 최대 이슈인 부동산과 관련한 무대에 올라섰다. 그런데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이라는 정치권의 조롱 섞인 지적을 넘어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정책'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빗발친다. 추 장관은 지지 않고 SNS를 통해 반박을 거듭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금융권에선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을 당하는 것 같다.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보면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침이 없다. 추 장관이 자신의 의견을 주로 밝히는 페이스북에서 지난 18일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며 금부분리를 제안한 이후 대부분의 글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단상이다. 

'법무부' 수장인 추 장관이 부동산 문제를 고심하는 것은 환영할 수도 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연륜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인 추 장관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지대(地代)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처럼 주요 사안에 입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의 금부분리 제안에 금융권은 냉소적이다. 이미 집을 사는데 금융은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살 때 은행을 이용하지 않은 이들은 드물다. 추 장관의 말대로 부동산과 금융을 분리하면 '젊은이들은 집을 어떻게 사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을 사고 싶지만 금융권 대출이 막혀있는 서민들에게 추 장관의 발언은 집을 사지 말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재산형성을 위한 수단 중 하나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후 대출금을 갚아나가면서 재산을 형성해 노후를 준비한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서민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등바등 일한다"고만 한다. 대출금을 갚으면서 한푼 두푼 재산을 늘려가는 서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추 장관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당연히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라면서도 "제가 경제이론가는 아니니 준비된 완벽한 이론을 꺼낼 수는 없으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의 제안이 가슴으로 와 닿지 않은데는 발언의 의도 역시 의심을 살 만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국토교통부 장관이냐는 지적이 나올 지경인데도 부동산 문제에 핏대를 세워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당장 야권에선 서울시장이나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얘기가 나온다. 추 장관이 고심해서 내놓은 금부분리가 거대담론으로 울림을 주지 못하고 정치권이나 댓글 공방의 소재로밖에 활용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이후 반발 여론이 거세지는 등 대한민국 사회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문제로 국민의 신경이 한껏 곤두서 있는데 추 장관이 설익은 '금부분리 정책'을 툭 던져놓는 것은 국무위원으로는 무책임해 보인다. 금융권에선 검찰과의 갈등 문제로 연일 사회면 뉴스에서 존재감을 느끼고 있는 추 장관을 굳이 경제면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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