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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 나온 수돗물 문제없다지만…시민들 "어떻게 마시냐" 불신

"깔따구는 4급수 서식…식수커녕 생활용수로도 부적합" 불안
20일~21일 97건 신고 중 25곳서 유충 발견…총 211건 확인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020-07-22 17:38 송고
대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1일 대전 대덕구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에서 직원들이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1일 대전 대덕구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에서 직원들이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첫 발견된 수돗물 유충이 전국 7개 정수장에서도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당국은 수돗물 사용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역시 지난 15일 ‘유충 발생 관련 주민 안내 Q&A’에서 ‘깔따구의 유충은 학술적으로 인체의 위해성이 보고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생활용수로는 사용하되 음용은 자제하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생수를 구입해 샤워를 하거나 밥을 짓는 등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22일 수돗물 시민네트워크 장정화 사무국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내일이면 수돗물 유충사태가 발생한지 2주가 되는데 환경당국은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환경당국이 수돗물 사용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충이 발생했을 당시의 물의 탁도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환경당국의 주장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고, 다른 형태의 오염이나 위해가 없을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깔따구는 수질 오염도를 측정하는 생물 지표종으로 4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지렁이가 서식하는 4급수는 오염이 심한 물로 분류된다. 때문에 식수는 커녕 수돗물로도 적합하지 않아 공업용수 2급 또는 농업용수로 활용된다.  

실제 유충 발생 지역인 인천 서구의 식당들은 깔다구 유충이 발생됐다는 소식에 생수를 이용해 밥을 짓고 있다. 인천시민들 역시 유충 유해성에 대한 우려에 생수를 구입하는 등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수 판매량으로 이어져 인천 서구 생수 판매량은 전주대비 44.8%(14~16일 기준)나 늘어났다.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인천 서구 공천정수사업소 고도정수처리시설 건물에 벌레잡이 등(사진 윗쪽)이 설치되어 있다. 아래 2개의 사진은 등 안에 잡혀있는 깔다구 성충이다. 사진은 인천시 서구의회 이의상 의원이 14~15일 촬영했다.(인천서구의회 이의상 의원 제공)2020.7.22/뉴스1 © News1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인천 서구 공천정수사업소 고도정수처리시설 건물에 벌레잡이 등(사진 윗쪽)이 설치되어 있다. 아래 2개의 사진은 등 안에 잡혀있는 깔다구 성충이다. 사진은 인천시 서구의회 이의상 의원이 14~15일 촬영했다.(인천서구의회 이의상 의원 제공)2020.7.22/뉴스1 © News1

깔다구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깔다구를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깔다구 종이 몸에 닿았을 경우 알레르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 인도에선 깔다구 성충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 피해보고 사례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가천대길병원 김희주 피부과 교수는 "곤충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다양하게 나온다"면서 "모기에 물려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 다른 만큼 깔다구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2001년 발표한 논문 ‘깔따구 알레르기와 새로이 확인된 깔따구 알레르겐’에서 안개무늬날개깔따구 성충의 추출물로 알레르기 환자 275명에게 피부단자시험을 수행했을 때 14.2%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을 한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다만 용 교수는 유충 몇 마리 정도는 접촉·섭취해도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밝혔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역시 21일 라디오 방송에서 "유충은 기생충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다 소화가 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4시쯤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유충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독자 제공) 2020.7.15/뉴스1 ©News1
15일 오전 4시쯤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유충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독자 제공) 2020.7.15/뉴스1 ©News1

깔다구 유충 민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일 오후 6시 이후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97건의 깔따구 유충 민원이 접수돼 현장 확인한 결과 25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실제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깔따구 유충은 서구, 강화군, 중구 영종도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 수계에서 23건이 나왔으며 부평구, 계양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부평정수장 수계에선 2건이 확인됐다.

이로써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확인된 건수는 모두 211건으로 늘었다.수돗물에서 유충이 실제로 확인된 건 지난 9일(1건)이 처음이다.

이후 이달 13일까지 12건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14일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14일 23건, 15일 55건, 16일 21건, 17일 18건, 18일 20건, 19일 17건, 20일 21건, 21일 25건 등 8일간 꾸준히 2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인천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 종이다. 깔따구류는 여름철 물 밑에 젤리 모양의 알덩어리를 산란하며, 토양유기물과 조류를 섭식한다.

환경부는 앞선 지난 18일 인천 수돗물의 유충 발생은 정수장 내 활성탄지에서 부화된 유충이 걸러지지 않고 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들어갔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정수장에 어떻게 유입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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