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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이 띄운 개헌론…'개헌 블랙홀' 될까 여당마저 '신중론'

민주당 논평 내지 않고 반응 안해, 당 관계자 "개헌 블랙홀 우려, 민생부터 챙겨야"
대표적 개헌론자 김종인 "지금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개헌 완성? 회의적"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이우연 기자 | 2020-07-18 08:30 송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7.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7.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제헌절을 맞아 개헌론을 꺼냈지만 여야 반응은 미온적이다. 코로나19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데 '개헌 블랙홀'에 빠져들었다가는 국민적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앞서 박 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 축사에서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고 미래를 열기 위해 우리 헌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때"라며 취임 후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박 의장은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다. 코로나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며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도 언급했다. 정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게 모든 분야에서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며 개헌론을 띄웠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총리발(發) 개헌론에 대해 논평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중임제 논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개헌론은 정치적으로 부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뉴스1과 "코로나19 국난극복과 경제위기 등 민생 현안이 쌓여있는 이 시점에 여야 정쟁이 극한에 달할 게 뻔한 개헌을 논의하기 시작하면 모든 현안이 개헌에 묻히게 된다"며 "지금은 개헌보다는 민생에 집중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 기회가 176석의 슈퍼여당으로 올라선 21대 국회가 아니면 좀처럼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거대여당으로 올라서자마자 국난 한가운데서 권력의 큰 줄기를 바꾸는 개헌을 앞세우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라는 신중론이 대체적이다. 다른 중진 의원들도 개헌론 자체에 대해서는 21대 국회에서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거론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개헌특위에서 활동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권력구조부터 지방자치, 기본권까지 다 바꿔야 한다는 개헌에 찬성한다"며 "다만 문제는 시기인데, 코로나 사태가 있는데 지금 개헌을 말하는 것은 이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했다가 안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년 의원도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 개헌을 이야기해서 정쟁의 도구가 된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대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개헌을 말하는 분들도 당장 올해 하자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해야겠죠"라고 설명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지도부는 현 시점에서 개헌론을 꺼냈다가 자칫 야권에 정쟁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고 사실상 '함구령'을 내린 것도 이같은 취지였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번 본회의는 일찌감치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한국당(113명)만 불참해도 정부 개헌안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192명)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발의한 정부 개헌안을 철회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청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문 대통령에 수차례 개헌안을 철회할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2018.5.2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번 본회의는 일찌감치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한국당(113명)만 불참해도 정부 개헌안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192명)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발의한 정부 개헌안을 철회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청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문 대통령에 수차례 개헌안을 철회할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2018.5.2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야당에서도 개헌론에 거리를 뒀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조차 전날 박 의장의 개헌 제안에 대해 "개헌이라는 말만 했을 뿐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개헌하려면 권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핵심사항"이라며 "권력을 분점하는 측면에서 내각제 개헌을 하는 게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지금부터 개헌을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개헌을 완성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 등으로 위기를 맞은 민주당이 개헌론을 띄워 국면전환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통합당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176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으로 개헌안을 발의(과반)할 수는 있지만 처리(재적의원 3분의 2)를 위해서는 통합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당이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인 103석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다만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 논의는 언제라도 다시 점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개헌론을 띄우는 인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토지 공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토지, 주택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데 우리도 독일처럼 새 헌법에 토지가 명확하게 공공재라는 점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개헌론을 지지했다.

지난 2017년 개헌특위 자문위 정당선거분과 위원을 지낸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권 초기에 해도 어려운 개헌을 지금 시점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부동산 문제 등 여당과 정부가 수습해야 할 현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여야가 극한대치할 수 밖에 없는 개헌 논의는 '개헌 블랙홀'에 스스로 빠지겠다는 것이어서 실현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권력구조와 개헌 시기 등을 놓고 각론에서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발의 후 60일이 지난 2018년 5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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