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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 석탄에서 석유를…북한에는 유별난 기술이 있다

과학기술 앞세운 '정면 돌파전' 이행하는 북한
'고립적' 기술 개발에서 선진 기술 유입으로 방향 선회

(서울=뉴스1)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KISTI 책임연구원 | 2020-07-18 08:00 송고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뉴스1
북한의 현재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경제 문제이다. 매우 촘촘한 국제적 대북 제재를 겪는 상황과 엎친데 덮친 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맞아 국경을 폐쇄한 북한은 발전 전략 보다는 생존 유지나 위기 극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2016년부터 추진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올해 마무리하지 못하고, '정면 돌파전'을 내세우고 있으면서 그 방편으로 모든 부분에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계속 펼치고 있다.

북한은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높이는 것을 '사활적 문제'라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가진 자원과 기술로 세계적 패권을 쥘 수 있는 기술분야를 개척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북한의 중요한 기술개발 목표로 삼고 있다.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위해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는 북한의 중요한 모토이며, "다른 길이 없다"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원유 수입이 자유롭지 못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진작부터 석유화학 의존성을 낮추고자 했다. 그래서 북한의 공업은 석탄화학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석탄화학의 추진에 따른 다양한 문제는 북한 과학기술계의 큰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씨원(C1)화학, 즉 탄소 수가 하나인 물질인 일산화탄소, 메탄, 메탄올, 탄산가스, 포름알데히드 등의 화합물을 출발원료로 하여 탄소 수가 둘 이상 되는 유기화학제품들을 석유화학이 아닌 방법으로 만들고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에 석탄이 거의 무제한적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풍부하므로 석유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것을 북한에서는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이라고 한다.

탄소하나화학은 북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석유 고갈과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개발을 했고, 한국에서도 탄소자원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석탄가스화 설비를 대규모 투자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동을 하지 않는 데 그 이유는 상업성, 경제성 때문이다.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북한은 생존과 체제 유지 목적으로 탄소하나화학공업을 하므로 낮은 상업성은 괘념치 않을 상황인지라 계속 해나갈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다그치면서 함께 강조한 것이 '회망초'이다. 회망초를 출발원료로 하는 탄산소다 생산공정을 개건해야 한다고 했다. 회망초는 남한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희귀광물이다. 회망초를 가공해서 황산, 석고, 탄산소다 등을 만들 수 있어서 화학 소재나 건축자재 등으로 쓸 수 있다.

회망초를 내세우는 것은 북한 서북부 지역에 무진장한 매장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립성과 주체성을 언급하는 데 회망초는 최적의 방안으로 내세울 만하다. 하지만 회망초 자체가 생소한 자원이므로 가공 방법 등에 대한 연구 성과가 남한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다는 점은 북한에게도 애로 사항이다. 이제 그들의 자력갱생적 연구로 산업화까지 가야하는 것이 큰 숙제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너무 기뻐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던 북한의 소금 생산 방법으로 지하초염수에 의한 소금 생산방법이 있다. 북한은 식량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면서 소금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에선 식용으로도 부족해서 금쪽 같이 여기기도 하지만 탄산나트륨 등 화학제품의 원료로도 쓰이기 때문에 많은 생산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초염수는 바닷물보다 염분 농도가 몇 배나 높은 소금 생산원료인 지하수로, 보통 지하 수십 미터 아래에 있다고 한다. 이 염분 농축액을 활용한 제염 방법이므로 적은 면적의 염전에서 소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서, 생산성이 높은 이 지하초염수에 의한 소금 생산은 북한에 충분히 환영받을 만한 것이다.

북한에는 세계의 10대 흑연광산 가운데 3곳이 있다고 할 정도로 흑연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흑연을 이용하여 북한이 개발한 천연 흑연 브러쉬(솔)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모터용 전기 브러쉬로 국제규격을 받을 정도이고 물성 면에서도 기존 인조 흑연 제품 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도 북한은 흑연공업의 주체화라고 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북한 내수용으로 발전소 등에 적용 사례를 밝히고 있어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같은 지하 자원 활용 외에도 한의학(고려의학) 영역에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충실히 해온 편이다. 조선 3대 의서인 향약집성방 등을 우리말 번역과 함께 고려의학전자사전도 만들어 우리 전통의학을 보다 널리 보급하고 그 활용도를 넓혀나가는 연구개발도 해왔다. '고려의술'이라는 검색시스템도 개발하는 등 서양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북한의 상황에서 대체의학과 함께 그 영역을 독자적으로 확보해온 것이다.

북한에는 철강을 생산하는 통상의 코크스(coke, 북한에서는 '콕스'라고 한다)를 이용한 제철법과는 다른 북한식(북한에서는 '우리식'이라고 표현) 주체철 생산 방법이 있다.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코크스 대신 무연탄을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금속공업 자립적 토대를 다질 수 있는 계기로 보며, 최근 김책제철연합기업소가 주체철 생산 공정을 완공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금속공업의 주체화는 북한의 오랜 열망이지만 이 주체철 공법 또한 주체섬유, 주체비료 등과 함께 자체 기술적 문제와 함께 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의 숙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주체를 내세운 북한의 과학기술은 고립적 면모를 보여 왔지만 해외 선진 기술의 유입을 통한 주체기술의 완성 쪽으로 북한은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발은 조국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선전 구호로 국제화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고, 지식경제와 디지털 경제(북한식으로는 '수자경제')를 내세우면서 기술 첨단화를 지향하고 있다.

제재 국면의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로 인해 북한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한 특유의 기술의 개발도 북한에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국제적 교류와 협력이라는 틀에서 발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한계를 맞게 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북한 과학자들의 과학기술 국제학술지에 투고된 논문들이 대폭 늘어났음은 국제 수준으로의 변화와 기술의 개방화를 지향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