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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원순 시장을 진정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0-07-15 08:00 송고 | 2020-07-15 09:23 최종수정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원순 시장 생가 인근에 추모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원순 시장 생가 인근에 추모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014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캠프에는 기능별로 팀이 몇 개 있었는데 기자는 여성정책팀에 속했다. 인권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인 박 시장은 일찍부터 여성의 권익보호에 힘썼다.

박 시장 캠프의 일원이었던 기자에게 그의 죽음과 성추행 피소는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박 시장에 대한 의혹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기자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은 박 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실상 반으로 쪼개졌다.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과 박 시장의 온라인 분향소간 세 대결이 벌어졌던 게 대표적인 예다.

정치인을 판단하는 필수적 기준을 제시한 '낙천·낙선운동', 재벌의 비정상적인 영향력을 견제한 '소액주주 권리찾기운동' 등 사회를 바꾸려 했던 그의 노력이나 '마을 만들기' '작은 도서관 건립' 등 생활밀착형 민생 행정 같은 가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박 시장의 장례식에는 정치인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잇따라 조문해 "그의 길을 계승하겠다"며 애도했다. 그의 주변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주변인 중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위로한 이는 없었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진실 규명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의 의혹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지'를 질문한 한 기자에게 "그건 예의가 아니다"고 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주변인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는 그의 발인 직후 예고된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에 대해 유족의 아픔을 호소하며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했다.

박 시장 장례와 고소인 측 기자회견 이후 변화는 있었다. 박 시장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고인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써 내려간 그 글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박홍근 의원의 애정, 그리고 책임감까지 느껴졌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시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반으로 나뉘어 그를 둘러싸고 계속 논쟁하는 것을 그가 원했을지 의문이다. 박 시장을 정말 지지했다고 말하려면 그에 대한 의혹을 대신 규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 시장의 공(功)은 공대로 계승하고 과(過)는 과대로 반성할 수 있게 말이다.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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