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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의 교통돋보기]항공역사부터 가상체험까지…상상을 넘는 박물관

2일 개관 국립항공박물관, 앞뜰 정원엔 잊혀진 항공독립운동가 되살려
비거·금강호 등 희귀자료 가득…교육부터 재미까지 모두 잡았다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2020-07-15 12:20 송고 | 2020-10-21 10:34 최종수정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금강호와 스탠더드 J-1을 둘러보고 있다.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 개교일인 오는 5일 정식 개관하는 항공박물관은 국내외 항공유물과 실물비행기를 전시한 항공역사관(1층)과 항공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항공산업관(2층), 비행기 탑승과 수속, 경량항공기, 페러글라이딩 등을 가상체험하는 항공생활관(3층)으로 꾸려졌다. 2020.7.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이 19세기 초반 집필한 백과전서 '오주연문장전산고'엔 하늘을 나는 수레를 뜻하는 비거(飛車)가 등장합니다. 비거는 2명 이상이 탈 수 있고 수십 리를 날 수 있는 완전한 형태의 비행 장치로 묘사됩니다. 조선 선조때 발명가 정평구(鄭平九)가 임진왜란 때 만들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왜병으로 둘러싸인 성안으로 날아 들어가, 동료를 태운 뒤 성 밖 30리를 비행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최초의 비행기를 1903년 미국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로 알고 있기에 비거가 사실이라면 적어도 300년은 앞서 비행기가 개발된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실로 단정 짓고 싶을 만큼 어깨가 절로 으쓱해집니다. 
이런 이야기, 어디서 들었느냐고요? 지난 2일 개관한 국립 항공박물관에서 입니다.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도보 15분, 버스론 7분 거리에 새로 생긴 항공박물관은 국내 최초 항공독립운동가들이 함께한 한인비행학교 개교일에 맞춰 문을 열었습니다. 김포공항 여유부지에 건설된 항공박물관을 저는 취재를 핑계 삼아 운 좋게 며칠 앞서 구경하게 됐습니다.

신축 박물관을 사람으로 치자면 요모조모 기특한 구석이 많습니다. 항공이란 주제를 통해 항공 이상의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인데요. 우선 박물관 뜰엔 항공독립운동가인 노백린, 오림하, 이용선, 이초, 한장호, 이용근, 장병호 동상이 있습니다. 

공군은 경기도 김포시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항공독립운동정신과 항공선각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한인비행학교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 기념조형물 제막식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기념조형물은 1920년 한인비행학교 개교 당시 촬영된 역사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스탠다드 J-1 훈련기 1대와 10명의 학생비행사들의 모습을 재현했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맨 오른쪽)이 노백린 장군과 박희성 참위 유족들에게 '한인비행학교' 기념조형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0.7.14/뉴스1

항공박물관 내부는 '그대가 그곳에 대해 상상한 것이 있다면 거기에 있을 것'이란 소설 '채링크로스 84번지'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합니다. 항공이란 주제로 근대사는 물론 항공기, 미래산업, 가상체험까지 주제를 확장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을 만들었습니다.
1층에 마련된 항공역사관엔 비거에 대한 문헌을 포함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최초 비행사에 대한 신문기록까지 구비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 'T-50', 첫 국산 4인승 민간항공기 'KC-100', 최초 조선인 비행사 안창남이 몰았던 '금강호'도 회랑 상공에 매달려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최정호 항공박물관장은 이곳 근무자의 대부분이 '항공덕후'라면서 전문 가이드 못지 않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뿐인가요. 현재 항공산업을 소개하고 블랙이글을 비롯한 드론, 행글라이더 등 항공레포츠를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항공산업관(2층)도 있습니다. 3층엔 입국절차부터 탑승, 탈출까지 할 수 있는 체험관이 어른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각각 나눠져 있습니다. 4층엔 김포공항 이착륙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돼 2시간 동안 항공과 관련한 희귀 아이템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항공역사가 궁금한 독자나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방문객, 항공덕후 모두 각자의 관심사항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점은 수도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개관 이후 문을 닫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 한 번쯤 가족의 손을 잡고 방문해보세요. 항공박물관의 매력에 푹 빠져 아쉽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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