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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경 바꾼' 손석희 "전 잘 지낸다는 것, 제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팬카페에 3개월 만에 글 남겨…"어떤 일이든 시간에 묻어가 버린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7-13 16:49 송고 | 2020-07-13 22:15 최종수정
손석희 JTBC 대표.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손석희 JTBC 사장이 지난 4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인터넷 팬카페에 글을 올려 "잘 지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석희 사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팬카페인 '언론인 손석희 팬클럽'에 '안녕하세요. 손석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기고 이같이 밝혔다.

손 사장은 "안경을 바꿨다, 바꾸고 싶어 바꾼 게 아니라 이제껏 쓰던 안경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20년이나 걸치고 있었고, 안경다리가 부러졌을 때에는 다른 안경다리를 붙여가면서 써왔을 만큼 정이 들었는데, 그만 택시에 두고 내렸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안경을 구할까 하다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며 "세상에 그와 똑같은 안경은 어차피 없으니까요"라고 했다. 이어 "살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그동안의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해야 할 때가 있다"며 "그것도 한꺼번에 말이다"라고 했다.

손 사장은 "매일 뉴스를 들여다보고, 앵커브리핑을 고민하고, 엔딩 음악까지 골라야 했던 익숙했던 일상은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좀 가혹했다"며 "칼날 위에서 수십 년을 보냈으니 평평한 땅 위로 내려온 것이 오히려 생소하긴 합니다만…그래도 평평한 땅 위의 삶이 훨씬 좋다는 것은 진리"라고 했다.

이어 "그리고 어느 사이 시작된 코로나는 또 다른 일상을 요구한다"며 "누군가를 의심하고, 누군가를 멀리하고, 누군가를 혐오하고, 그러면서도 그 누군가들과 함께 지냈던 세상을 그리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발생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의 세상은 그 이전의 세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는 게 맞는 것일까를 늘 고민한다"고 했다.

손 사장은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어떤 일이든 그 시간에 묻어가 버리며, 저는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늘 올리는 글은 그렇게 제가 여러분께 보내드리는 신호"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손 사장은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및 자신과 관련한 폭행 및 사생활 의혹 등이 불거진 지난해 1월에도 이 팬카페에 글을 올리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말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손 사장은 이 팬카페에 간간이 글을 남겨 왔다. 이번 글은 올 4월 이후 3개월 만에 올린 것이다.  

한편 김웅씨는 지난 2017년 5월 손 사장이 일으킨 접촉사고를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JTBC 채용과 2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월27일 김씨에게 "피고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후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지난 8일 김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2018년 9월 피해자로부터 채용절차의 엄격함과 채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주차장 사건에 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언론보도를 암시하는 말을 했던 것을 보면 공갈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손 사장이 11일 팬카페에 남긴 글 전문.

안경을 바꿨습니다. 바꾸고 싶어 바꾼 게 아니라 이제껏 쓰던 안경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20년이나 걸치고 있었고, 안경다리가 부러졌을 때는 다른 안경다리를 붙여가면서 써왔을 만큼 정이 들었는데 그만 택시에 두고 내렸습니다. 비슷한 안경을 구할까 하다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그와 똑같은 안경은 어차피 없으니까요.

살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그동안의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말입니다.
 
매일 뉴스를 들여다보고, 앵커브리핑을 고민하고, 엔딩 음악까지 골라야 했던 익숙했던 일상은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좀 가혹했습니다. 칼날 위에서 수십 년을 보냈으니 평평한 땅 위로 내려온 것이 오히려 생소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평평한 땅 위의 삶이 훨씬 좋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그리고 어느 사이 시작된 코로나는 또 다른 일상을 요구하네요. 누군가를 의심하고, 누군가를 멀리하고, 누군가를 혐오하고, 그러면서도 그 누군가들과 함께 지냈던 세상을 그리워합니다. 코로나 발생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의 세상은 그 이전의 세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는 게 맞는 것일까를 늘 고민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어떤 일이든 그 시간에 묻어가버리며, 저는 잘 지내고 있다는 것. 오늘 올리는 글은 그렇게 제가 여러분께 보내드리는 신호입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