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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까지 나서 '올 수능 쉽게 출제'…재학생에게 유리할까?

재수생 중 1·2등급 비율 비교…유불리 단정 어려워
"섣불리 개입했다 기대와 반대 결과 나올 수 있어"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20-07-12 06:01 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책상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책상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고3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도 교육감들까지 나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6일 뉴스1 인터뷰에서 "예년보다 수능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고3 재학생들을 배려해 수능 시험 난이도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학생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시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거꾸로 말하면, 수능이 어려우면 재수생이 유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상위 1·2등급 비율이 줄어든 해가 많았다.

12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0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10년간의 수능에서 재수생 중 상위 1·2등급 비율을 토대로 수능 난이도에 따른 재수생의 유불리를 분석했다. 여기서 1·2등급 비율은 재수생을 100으로 봤을 때 1·2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활용했다.

국어·수학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았을 때를 기준으로 이보다 더 어려웠던 수능에서 재수생의 1·2등급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와 평균점수 차이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우면 평균점수가 내려가기 때문에 표준점수는 올라간다.

국어 영역은 가장 쉬웠던 2013학년도 수능(127점)을 기준으로 살펴봤다. 이보다 어려웠던 9번의 수능에서 재수생 중 상위등급 비율이 증가한 해는 4번으로, 줄어든 해(5번)보다 적었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지만 재학생이 더 유리했던 해가 5번이었다는 뜻이다.

자연계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도 결과는 비슷했다. 가장 쉽게 출제됐던 2015학년도를 기준으로 보자. 고3 재학생이 유리했던 해가 5번으로 더 많았다. 재수생 중 상위등급 비율이 증가한 해는 4번에 그쳤다. 어렵게 출제된다고 해서 반드시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셈이다.
인문계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의 분석 결과는 오히려 기대와 반대다. 가장 쉽게 출제됐던 2015학년도 수능보다 시험이 어려워졌는데도 상위 등급 재수생 비율이 증가한 해는 2017학년도뿐이었다. 나머지 8번은 재수생 중 상위등급 비율이 줄었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지만 오히려 재학생이 유리했던 해가 8번이었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다고 해서 반드시 재수생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해서 재학생한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수능이 쉽게 출제돼도 개념 위주로 반복학습을 한 재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고, 고3 재학생 중 상위권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핵심은 수능이 쉽게 혹은 어렵게 출제된다고 해서 특정집단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기대치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은 고3이 됐든 재수생이 됐든 치명적 결과가 특정집단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하며 "재학생과 졸업생은 기본적으로 성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채점 결과를 보면 성적 차이가 예년 수준과 대동소이해 재학생이 불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예년보다 쉽게, 어렵게 수능을 내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 수능보다 10점 올랐다.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웠다. 수학 나형은 9점 떨어졌다. 더 쉬웠다. 쉬운 수능이 고3에게 유리하다면 수학 나형은 재학생과 재수생의 성적 격차가 줄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론은, 전문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에서 가장 전문기관은 평가원이다. 유일하게 수능 시험에 대한 원자료를 갖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이명박정부 때 '쉬운 수능' 기조로 바꾸면서 만점자 비율을 1%에 맞추기로 했지만 영점 몇 퍼센트밖에 나오지 않은 사례가 많고 5~6%가 나온 적도 있다"며 "난이도를 맞춘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이 결정은 평가원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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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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