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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친여 성향에만 유출한 '추미애 입장문' 정당한가요

유출 의혹 커지는데 장관은 '신용 훼손 상응 조치' 으름장
'공개 가능' 정보라 비서실이 특정인에 전파…"문제 없다"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2020-07-10 18:18 송고 | 2020-07-10 18:30 최종수정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9일 해명 글을 올린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뉴스1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9일 해명 글을 올린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뉴스1

지난 7월8일 오후 6시12분, 대검찰청은 '채널A 사건' 관련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첫번째 답변을 내놨습니다.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내용입니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1시간40분 만인 오후 7시50분 윤 총장의 제안을 즉각 거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법무부 알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

그런데 언론 공개 후 약 2시간이 지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무부 알림'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달랐습니다. 

"법상 지휘를 받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

서로 다른 내용의 '법무부 알림'은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최 대표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했으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그러자 최 대표는 "이미 7시56분경부터 최민희 전 의원님 페이스북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가 복사한 글은 최민희 의원님 글이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SNS 상에 올라온 추 장관의 입장 2개를 합친 글들이 여러 건 올라왔다는 '증명'도 함께 올렸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가볼까요. 추 장관은 대검에서 온 건의문을 8일 오후 6시22분에 보고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8분이 지난 6시40분 '지시와 다르다'는 취지의 문안을 작성해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법무부 텔레그램 방에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약 40분이 지난 오후 7시22분 '검사장 포함 수사팀의 교체 불허의 추가 수정 문안'을 작성해 카카오톡에 보내고 다시 7시27분 법무부 텔레그램방에 보냈습니다. (최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이 수정 문안이 올라왔습니다.)

법무부 텔레그램방에는 오후 7시39분 다시 또 하나의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법무부 간부들이 만든 별도의 메시지'였습니다. 이에 추 장관은 1분 후인 7시40분 "좋습니다"라고 답했고, 10분 뒤인 7시50분쯤 법무부 간부들이 만든 별도의 메시지'가 법조 기자들에 공지가 됐습니다.

당시 추 장관이 남긴 "좋습니다"는 본인이 작성한 글, 법무부 간부들이 만든 별도의 메시지 둘 다 공개해도 좋다는 의미였다 합니다. 그런데 대변인실이 맨 마지막에 보고된 글에 대해서만 승인을 내린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죠. 대변인실은 다음 날 추 장관으로부터 "둘 다 공개하라는 취지였다"는 지적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무부의 입장문 가안으로 추정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2020.7.9/뉴스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무부의 입장문 가안으로 추정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2020.7.9/뉴스1

여기까진 이해가 됐습니다. 둘 다 공개하라는 장관의 지시를 잘못 이해하고 하나만 공개한 대변인실의 '착오'로 벌어진 '해프닝'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법무부 알림을 공개하는 과정에 등장한 '장관 비서실(정책보좌관)'의 역할에 대한 것입니다. 

추 장관은 "통상 장관 비서실은 SNS로 전파를 하고 법무부 대변인실은 언론인들에게 공지를 한다"고 했습니다. 장관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업무를 대변인실과 장관 비서실이 같이 해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법무부 측은 "비서진이 실제 풀(언론 통지) 확인 없이 두 개를 주변에 보낸 것이다. 그 이후 SNS에 전파된 부분은 저희가 관여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비서진들이 (법무부 입장을) 주변에 보내는 게 통상 있던 일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습니다.

또 "비서실에서 추 장관의 '좋습니다'라는 승인이 떨어졌으니 공개 가능한 정보를, 공개 가능한 시점에 비서관 쪽에서 보내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장관 비서실은 왜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공개 정보'를 굳이 친여 성향의 정치인으로 알려진 주변인들에 따로 전하는 '수고'를 해왔을까요?

SNS로 전파를 한다면 법무부 공식 계정에 올리면 되는데 왜 주변인 몇 명에만 전달을 한 것일까요?

대변인실이라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장관 비서실에서 공개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특정인들에 전달하는 행위엔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최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추 장관을) 수행하던 비서들은 장관 바로 옆에서 (입장문) 두 개가 다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지인들에게 보냈다는 건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라고 했습니다.

공무상 알게 된 정보라 해도 어차피 공개될테니 지인들에 전파하는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변인실의 착오'로 해당 정보는 '공개'가 아닌 '미공개' 상태가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장관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시점에 전파가 된 것입니다.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공개가 됐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장관 비서실이 '법무부 알림'을 언제 받아,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전달했는지도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까지 법무부 측은 여기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무진이 주변에 전파하는 행위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야한다는 의견에도 "입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1월2일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약 한 달 후인 2월6일 검찰 출입 기자들이 상주하는 서울고등검찰청 1층 기자실 바로 윗층에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인 '의정관'을 만들었습니다. 정책홍보 등 대(對)언론 소통 강화를 위해서입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추 장관은 기자들을 향해 "특정 의원과의 연관성 등 오보를 지속하며 신용을 훼손한다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으름장을 놨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표현을 써 가며 언론의 보도와 그에 따른 의문 제기를 폄하했습니다.

과연 추 장관의 '소통 강화'란 무엇일까요? 석연치 않은 부분을 묻는 대신 장관의 말과 행동이 옳다고 한다면 소통이 되는 것일까요? '수명자'라는 군대 용어가 왜 법무부 공식 입장에 쓰였는지 물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의정관의 기능은 단지 '정책 홍보'에만 있는 것일까요?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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