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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블루베리 20그루가 4천그루로…"꾸준한 공부가 성공비결"

귀농 10년차 박종실·조옥희 부부…한해 블루베리 5t 수확
귀농·귀촌 지원 기대선 안돼…단기간 많은 걸 바라면 후회

(완주=뉴스1) 이정민 기자 | 2020-07-18 10:00 송고 | 2020-09-24 09:37 최종수정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전북 완주에서 진블루베리를 운영하는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가 수확한 블루베리를 들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2020.7.9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 완주에서 진블루베리를 운영하는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가 수확한 블루베리를 들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2020.7.9 /© News1 유경석 기자

블루베리 수확이 한창인 지난 9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의 한 농가.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나무에는 가지마다 50원짜리 동전 크기의 블루베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6~7명의 농장 관계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확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농장 주인은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 전주에서 각각 회사원, 요양보호사로 수십년간 일했던 부부는 귀농을 통해 인생의 제2막을 열어 가고 있다.  

박씨가 퇴직한 지난 2010년 부부는 귀촌의 꿈을 품고 이곳에 정착했다.

“퇴직 후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꿈꿔 왔어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모아둔 종자돈과 퇴직금만 가지고 완주에 왔지요. 귀농보다는 귀촌에 가까웠죠.”
귀농 생각이 없었다던 이 부부는 어느덧 귀농 10년차에 접어들었다. 박씨 부부는 현재 2000여평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과 가공식품 공장까지 운영하는 농업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블루베리 묘목 20그루…귀농의 밑천

“따서 먹으려고 블루베리를 심었던 건데, 욕심이 났어요.”

박씨 부부가 블루베리와 연을 맺은 건 귀촌한 해인 지난 2010년이다. 전남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친척이 한 번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전남에 가서 블루베리를 처음 먹어봤는데, 새콤하니 아주 맛있어서 좀 달라고 했죠.”

내친김에 블루베리 묘목 20그루를 들여왔다. 적적한 귀촌 생활에 묘목 가꾸기에 취미를 붙일 심산이었다.

“앞마당에서 키운 블루베리를 따다 먹는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지금 와서 보면 그때 20그루가 지금이 있기까지 밑천이 된 셈이죠.”

여기에 당시 “블루베리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라는 친척의 말은 이들 부부의 사업 결심에 불을 지폈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 블루베리 농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그동안 모아둔 여윳돈과 퇴직금을 몽땅 쏟아부었다.

매년 수중에 들어온 수익금은 농장을 확장하는 데 썼다. 사업의 몸집을 키울 때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또한 날로 늘었다.

이렇게 해서 지난 2015년 블루베리 나무는 4000그루 이상 늘었고, 농장 규모는 약 6446㎡(1950평)까지 확장했다. 한해 블루베리 수확량만 5t에 달한다고 한다.

전북 완주에서 진블루베리를 운영하는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2020.7.9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 완주에서 진블루베리를 운영하는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2020.7.9 /© News1 유경석 기자

◇귀농의 성공 비결…“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박씨 부부는 사업을 시작한 2011년부터 올해까지 블루베리와 관련한 교육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농촌진흥청이나 농업기술원, 완주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블루베리와 관련한 교육은 매년 수료하고 있어요. 블루베리를 생육하는 데 최적의 시설도 갖춰야 하고 블루베리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그만큼 더 잘 키울 거 아니겠어요?”

이들은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블루베리와 관련한 교육 일정을 직접 찾는다고 했다.

블루베리 생과 만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2016년 농장 한가운데에 가공식품 공장까지 마련했다. 가공 공장은 엄두도 내지 못했으나 이것 역시 농진청에서 받은 교육 덕분이었다.

“블루베리 잼이며 진액 등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포장지 디자인부터 홍보 동영상 제작 방법까지 전수받았어요. 제대로 찾아보기만 하면 없는 게 없더라고요.”

해를 거듭하면서 덩달아 공부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박씨는 올해 전북 농식품인력개발원에서 블루베리 마이스터(장인)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시간을 쪼개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진짜 블루베리 박사가 되기 위해서다.

“블루베리 사업을 하고 싶다며 전화를 주거나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이들에게 단지 경험에 비춰 설명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말문도 막히고 창피했죠. 정식 자격증을 따서 제대로 된 지식 전달을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북 완주에서 진블루베리를 운영하는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2020.7.9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 완주에서 진블루베리를 운영하는 박종실(74)·조옥희(68) 부부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2020.7.9 /© News1 유경석 기자

◇“귀농·귀촌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박씨 부부에게 귀촌, 귀농에 대한 지자체 지원은 부족하지 않은지 물었다. 많은 이들이 귀촌, 귀농에 대한 꿈을 품고 도전하지만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부부에게서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우리가 완주에 처음 정착했을 때 달랑 집 한 채 있었어요. 새로 지은 건데 완주군에서 600만원 지원받은 게 전부입니다. 물론 완주군에서 시행 중인 귀농·귀촌인을 위한 지원 정책은 찾아보면 많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디서 무엇을 지원해준다고 기대하지 말고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달렸다는 거죠.”

예비 귀농인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귀농에 앞서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우리는 우연히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케이스죠. 농사를 해보니 경험상 3년차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단기간 많은 것을 바라고 왔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봤죠.”

확실한 기반과 준비 없이 막연히 지자체 지원만 믿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이야기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부부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꾸준히 공부해서 지금의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이 다음에는 예비 귀농·귀촌인이나 블루베리 농장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ljm192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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