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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상징-서울시장 3선에도…빛 바랜 박원순

시민단체 상징에서 대권주자까지 올라섰지만…
미투 피소 이튿날 극단적 선택으로 생애 마무리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20-07-10 08:35 송고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인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앞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인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앞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돌연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에서 유례없는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인물이었지만 딸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지 7시간 만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쳤다.
10일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딸이 전날 오후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경찰 신고 후 7시간 만인 이날 오전 0시1분 북악산 성곽길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조선시대까지 포함해도 역대 서울시장 가운데 최장기간 재임한 여권의 대권 주자 중 한 명이다.

서울 경기고, 서울대 법대 입학 후 제적, 단국대 사학과 졸업, 영국 정치경제대학(LSE)에서 국제법을 수학한 박 시장은 지난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된 뒤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됐지만 사형 집행 장면을 참관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후 시작은 인권 변호사와 사회운동가였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참여연대를 설립했고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하며 시민단체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후보는 각각 판사와 검사직을 그만두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송강호씨가 열연한 송우석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마지막 장면에 99인의 변호인단 이름을 호명할 때 등장한 박상순이 박 시장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건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였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단일화를 이루고 선거에 뛰어들었고 이후 내리 세 번 연속 서울시장 자리를 지켰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래 처음으로 3차례 연속 당선된 것은 물론 이제는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까지 이름을 올렸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수당, 도시재생,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원전하나줄이기, 노동이사제 등 사회혁신정책을 단행했다.

이중 보육, 청년지원 정책에서 두각을 보였고 나아가 남북교류 담당 조직을 신설해 남북평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아울러 공공자전거 따릉이, 미세먼지 시즌제 등도 업적으로 꼽힌다.

특히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 위기 전염병과 관련돼 적극적인 행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 때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날이 선 비판과 함께 선제적인 대응으로 호평을 받았고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선 무료 검사, 전국민 고용보험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여권 잠룡의 대권 도전은 물론 3선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게 됐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 시장에 대한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절차에 따라 사인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의 수사도 '공소권 없음' 처리돼 종결된다.

박 시장의 비보에 서울시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9년간 서울시에서 시장직을 수행한 박 시장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 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으로 온 서울시 관계자들이 가슴을 치며 '왜 그랬냐'며 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9시 박 시장의 사망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진행한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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