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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靑청원·디지털교도소 매달릴까…"사법불신에 자력구제 호소"

"법원·검찰와 국민 눈높이 달라…기저엔 사법불신이"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양형기준 높여야 교육·교정효과"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0-07-10 07:00 송고
온라인 커뮤니티 디지털 교도소' © 뉴스1 DB
온라인 커뮤니티 디지털 교도소' © 뉴스1 DB

#'디지털교도소'는 대한민국 악성범지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합니다.(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소개에서)
최근 디지털교도소를 비롯해 범죄자·용의자의 신상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자력구제'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이나 사적인 단체가 범죄자들에게 벌을 주는 자력구제는 법치주의 국가 모두가 불법으로 규정한다.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시민들이 자력구제에 나서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법 지체'와 '사법불신'이 이런 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사법체계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은 경찰청 지시에 따라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이 적용될 수 있다"며 "내사 결과, 범죄혐의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후원금도 비트코인으로 모금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범죄를 저질렀거나 혐의가 있는 범죄자·용의자들의 사진과 이름, 집주소, 전화번호가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은 신상공개 대상자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판사들의 신상도 올라와 있다.

디지털교도소가 생기기 이전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성범죄자, 임산부배려석에 앉은 남성,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출입한 남성과 여성들의 사진과 신상을 '박제'하는 계정들이 있었다.

국내 사법체계를 불신하는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로도 몰려갔다. 이미 경찰과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 혹은 형량이 미달한다고 생각하거나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을 올리고 대통령에게 읍소하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다른 국민들의 공감을 많이 받으면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고 행정력이 곧바로 동원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자살한 아파트 경비의 억울한 소식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은 경비원 갑질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했다. 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택시기사가 막아 세운 건에 대해서는 강력팀을 추가 투입해 형사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자력구제는 '린치'(Lynch)라고도 부르는데 그 어원은 18세기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버지니아주의 치안판사 겸 농장주인 찰스 린치가 흉악범이나 정적을 사적으로 처형하려고 동원한 관행인 '린치법'은 곧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최근의 자력구제 현상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법원이나 검찰에서 구형하거나 선고할 때 기준을 갖고 하는데 이것이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여기에는 검찰과 법원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사법절차를 기다리기보다 국민청원을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디지털사회가 되면서 또 다른 논의의 장이 펼쳐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류하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법률가로서는 자력구제가 실존법에 어긋나는 행위라서 우려가 되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사법지체 현상이 낳은 불가피한 문화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실정법까지 어겨가며 사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사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형량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양형기준을 높여야 해당 범죄들이 중대한 잘못이라는 사회적 교육 효과와 함께 교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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